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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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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하느님>
지난 성탄에 세례를 받은 지 50년이 된 나는 반세기를 하느님의 교회 안에서 살 수 있었다는 것에 말할 수 없는 감사의 정을 느꼈다.
열여섯 살에 하느님의 은총을 듬뿍 받기까지 6. 25때 아버지가 납치되신 상실의 체험을 제외하고 나의 어린 시절은 지극히 평범했다. 아버지는 불자셨지만 자식들이 성결교회에 다니시던 어머니를 따라 교회 성탄 연극에 참여하는 걸 반대하지 않으셨고 목사님이 집에 예방을 오시면 극진히 대접하셨다. 종교적 차이에 너그러운 가정 분위기가 편안하기는 했지만 내가 참으로 하느님을 만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이학년 때였다. 언니 친구가 언니에게 선물한 소화 데레사의 자서전을 우연히 읽으면서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깊은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베네딕도회 수녀님에게 교리를 배우고 이화여고 레지오 마리에에 참석하여 가난한 병자들을 방문하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 수도자가 되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소화 데레사 처럼 갈멜 봉쇄수도원에 들어가기를 원했지만, 어머니께서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야 허락을 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막 개교한 서강대학교를 지원했고 그 곳에서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알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소화 데레사의 일생을 통해서는 마음의 열정을 배웠고, 서강대학교를 통해서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지적인 걸음 걸이를 배운 것 같다.
내가 하느님의 공동체적 사랑을 알게 된 것은 사랑의 씨튼 수녀회에 입회하면서부터였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에만 집중되어 집안 식구들이 말하듯이 광신에 가까운 신앙을 지녔던 나에게 수도회는 신앙의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매일의 공동기도와 만남과 주고받는 것을 배우면서 하느님이 공동체 안에 살아계시고 공동체를 통해서 나를 빚어가신다는 것을 느꼈다.
수도공동체는 내게 인류의 여러 종교를 배우고 다양한 신앙인과 만날 수 있는 교육의 시간과 기회를 허락해주었다. 나는 이런 만남을 통해서 하느님의 한없이 자비스런 마음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순수한 다른 종교인들을 오랜 동안 인간적으로 사귀고 그들이 자신의 종교적 확신에 따라 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 가를 보는 것은 다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나는 이 분들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고 인류의 순수한 종교인들이 하느님을 향해 진지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십년 가까이 나는 자연세계, 곧 생태과학이 밝혀 우리의 집인 지구와 우주의 신비를 통해서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만나고 있다. 벨기에에 있는 루뱅대학에서 건의한 다양한 종교의 시각에서 살펴본 생태환경윤리 연구팀에 참여하면서 자연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윤리적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구를 이렇게 아름답게 창조하신 하느님을 섬기는 일, 과학자들도 다 알 수 없는 무한한 신비를 지닌 우주의 광활함을 안고 계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 그러기에 하느님을 만나는 일은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그분이 주시는 생명의 숨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서로 사랑하며 그 분의 모습을 서서히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큰 행복인가!
요즈음 나는 노쇠의 약함 안에서 하느님의 겸손과 비움을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2009년 2월 시카고에서... 김승혜 수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