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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囚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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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囚人>
딱딱한 관념들로 가득 찬 책속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소설 하나를 읽었다. 제목은 <수인>으로 황석영 작가의 자서전이다. 사실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황 작가가 자서전을 썼다는 기사를 읽고 호기심을 가졌다. 그 참에 공동체 수녀님께서 정독도서관에서 <수인>을 빌려와서 읽겠냐고 제안해서 덥쑥 책을 받아들고 지난 주말에 <수인> 1,2권을 읽었다. 한국 대표적인 이야기꾼답게 황 작가는 자기 얘기도 소설처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여러 대목에서 혼자 키득대며 웃기도 했다.)
<수인>은 황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감옥>생활을 중심으로 그 사이에 자신의 유년기부터의 얘기를 섞어서 풀어갔다. 숱한 세월동안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나눈 대화를 디테일하게 기억해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 이름 외우는 것이 참 더딘 나와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아니 어떻게 적어놓지도 않고 지난 세월의 대화들을 그렇게 모두 기억해 낼 수가 있을까?
아무튼 그는 <수인>에서 자신의 삶과 작품세계를 하나의 연계선상에서 역동적으로 전개해갔다. 한국의 60-90년대의 굵직한 역사의 현장 속으로 깊이 뛰어 들어가 그 안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깨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삶의 역동성이 생동감 있게 전개되었다. 특히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역사적 상황과 그 자신의 개인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된 북한 방문은 그의 인생을 보여주는 두 축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로서 그는 남북 분단이라는 경계를 넘고자 했고 한국 사회에 금기되어온 것들을 온몸으로 부딪혀 보려 했다. 이 두 체험이 그의 삶에 축이 되어 그는 많은 이들을 만났고 그 만남이 결국 자신의 작품세계로 이어져온 것이다.
<수인>을 읽는 과정에서 나는 내 삶을 반추해보았다. 그간 얼마나 관념적으로 살아왔던가를...행동하기보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성찰해오지 않았나 싶다. 나름대로 실존적으로 살아보려 애써 왔지만 나는 여전히 머리 중심의 삶을 살아왔음을 반성케 된다.
<수인>2에서 황 작가는 말한다.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문학이라는 집이었다. 세상의 뒤안길을 떠돌며 노심초사 하다가도 퍼뜩 정신이 들면 나는 늘 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황 작가에게 돌아가야 할 곳이 문학이었다면 내게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수도자라는 나의 정체성답게 나는 道를 향해 아니 道를 살아내고 있는가? <수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