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포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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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포대기-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뭇잎은 조금씩 자기 본연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침 10시경 텅빈 논산 씨튼영성의 집 대성당에 앉아있다. “이뭐꼬! 여기 앉아 있는 이는 누군가?” 이 화두를 들고....
수도원에서 보낸 40년의 시간이 주마들처럼 지나가다. 성소자로 예수고난회 명상의 집에 모여 미사드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 불렀던 입당성가가 가톨릭 성가 466번 “얼마나 위대한 선물인가”였다. 돌아가신 박도세신부님이 주례하셨는데 그 때 수도성소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게 내게 각인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동기수녀들과 안내실에 동그랗게 앉아 매일 묵주기도를 바쳤던 추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그러한 시간들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 기대어 이 여정을 걸어오게 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하느님의 포대기에 싸여 이런 저런 세월의 풍파를 건너 여기까지...^^
창가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기분좋게 따갑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하는 상념과 함께 하느님이 보호하사 지금껏 그런 대로 무탈?하게 살아온 것 같다 .
돌이켜 보니 감사하지 않을 게 없다! 피정 기간 동안 매일 미사를 주례해 준 사제는 ‘사랑 받은 티를 통해 사랑하는 티’를 내며 살자고 강조한다. 사랑하는 티는 결국 사랑 받았음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다. 이 자각이 부족하면 사랑받은 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게 잘 되려면 사랑 받았음에 대한 자각이 깊어져야 한다. 사랑 받았음에 대한 자각을 통해 사랑하며 남은 삶도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2025. 10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