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모임
씨튼연구원은 영성의 토착화와 종교간의 학문적 대화가 목적입니다.
컬럼

오직 모를 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1-04 09:40

본문


<오직 모를 뿐>

죽은 이들을 기리는 위령성월이다.
덥다고 입나팔을 불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가을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벌써 초겨울인 양 아침 찬 기운이 옷 속으로 스며든다. 얼마전 갑작스레 돌아가신 외방 선교회 조창선 신부를 기억하다. 멕시코 선교하다가 휴가차 한국에 나왔다가 심장마비로 47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신부님...산소호흡기에 의지한체 보름간을 지낸 신부님은 결국 부모님께서 신부님을 하느님께 보내기로 결정한 후 호흡기를 뗐고 그 다음날 돌아가셨다. 부모님께서 호흡기를 떼는 걸 결정하고 나서 외방선교회는 장례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아직 살아계신 분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삶도, 죽음도 그 어느 것 하나 인간의 마음대로 되는게 없음을 절절히 느끼는 요즘이다. “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에 나오는 말씀이다. 인생의 덧없음과 함께  인생의 주도권이  하느님 손 안에 있음을 느끼는 게 어디 사도 바오로 뿐이랴! 
    최근 영국 생물학자인 데니스 노블교수의 글과 동영상을 접하고 깊이 공감했다. 그건 바로 <이기적 유전자>로 인해 인간을 왜곡되이 이해한 도킨스의 주장을 그가 시스템 생물학을 통해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유전자 변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전자는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형된다는  시스템 생물학의 해석에 무릎을 치다.
 바로 그 노블 교수가 한국사찰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노스님께서 그에게 누구시냐고 물었고 이에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노스님은 “아니, 당신이 누구냐”고 다시 물으셨고 이에 노블교수는 자신이 누군지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그래 모를 뿐이지”라고 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 그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면서 자기 주장을 내 세우며 살아가는 우(愚)를
또다시 범하며 살아가지는 말자. 우리가 이 우주와 삼라만상의 이치를 알면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모른다는 사실을 절절히 자각하고 고백하는 겸손한 자세로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모름을 아는 자’가 터득한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2025.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