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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소유는 공적 소유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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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소유는 공적 소유를 전제로 한다
기본소득이란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그 사회의 공동 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동등하게 분배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사상이다. 예컨대 토지와 같은 생산수단은 개인의 소유 여부를 떠나, 근본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것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소득 역시 공동으로 나누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사적 재산에 대해서는 배워왔지만, 공적 재산에 대해서는 충분히 성찰하지 못해 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철학적으로 볼 때, 고대 사회에서는 물건의 가치가 ‘아르케(archē)’라 불리는 근본 원리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즉, 근본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높고, 멀어질수록 가치가 낮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신학적 세계관이 약화되면서, 물건의 가치는 노동에서 비롯된다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한다. 이것이 바로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현대 경제학의 출발점이다. 이후 데이비드 리카도와 칼 마르크스를 거치며, 물건의 가치는 그 생산에 투입된 노동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의 가치는 단순히 완성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축적된 과거의 노동과 기술, 자본의 가치가 모두 응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경제학은 다시 한 번 전환을 맞는다. 물건의 가치는 노동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느끼는 효용, 즉 사용자의 효용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물건의 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나눌 수 있다. 예컨대 코인은 사용가치 없이 교환가치만 존재하는 대상이다. 반면 금은 교환가치뿐 아니라 장신구 제작 등 다양한 사용가치를 함께 지닌다. 금융자본주의는 이 중에서도 거의 순수한 교환가치만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체계라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물건 그 자체와 거리를 둔 채 거래할 수 있게 만든, 매우 급진적인 변화였다.
현대 경제는 이처럼 교환가치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사용가치는 극대화되어 있으나 교환가치는 전혀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이는 지수화풍(地水火風), 즉 물·바람·햇볕과 같은 자연이다. 자연은 교환가치는 0에 가깝지만, 사용가치는 거의 무한하다. 이러한 대상이 바로 공공재이자 공적 재산이다. 자연의 사용가치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교환가치가 없고 사용가치만 있던 토지가 사적 소유, 즉 부동산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했다. 실제로 12세기 이후 서구 철학의 가장 중요한 논쟁 중 하나는 토지의 사적 소유를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였다. 전통적으로 토지는 신의 선물이자 모두의 재산으로 인식되었으며, 사회적으로는 주권자, 즉 왕의 소유였다. 그런데 주권자가 아닌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게 되면서 근본적인 긴장이 발생한 것이다.
근대 사회로 접어들며 사회가 분화되고 변화함에 따라, 토지는 점차 공공재에서 사유재로 전환되었고, 동시에 주권 역시 왕에서 시민 개개인에게로 분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격(pers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법적 인격체를 의미하며, 사적 소유—특히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체를 가리켰다.
과거에는 왕과 귀족의 재산이던 토지가,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계급의 형성과 함께 사유재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때 가장 핵심적인 사유재산은 여전히 토지였다. 이에 대해 “토지를 개인이 소유할 권리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이 문제에 철학적으로 응답한 대표적 사상가가 임마누엘 칸트이다.
주권이 왕에서 시민으로 이전되면서, 토지는 더 이상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 되었다. 이 전제 위에서만 개인의 토지 소유는 정당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적 소유는 공적 소유를 전제로 할 때만 유효하다. 이것이 바로 토지 공공재 개념이다.
국가 내부의 토지는 본질적으로 해당 국가의 국민 모두의 것이다. 이 전제는 어떤 경우에도 폐기될 수 없다. 개인이 가지는 소유권은 그 위에서 부여되는 점유권·사용권·계약권 등의 제한된 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내 것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절대적 사유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토지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이며, 개인에게는 일정 기간 혹은 조건 아래에서 이용권이 부여될 뿐이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토지를 개인이 영구 소유하지 못하고, 일정 기간(약 70~80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토지를 황제의 소유로 보고 귀족에게 임시로 사용을 허락하던 전통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오늘날에는 그 주체가 황제가 아니라 시민 전체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토지 공개념이다. 즉, 본래 교환가치가 0이고 사용가치가 100이었던 토지에 교환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원소유자인 시민 전체에게 환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철학적 토대이며, 그 사상적 뿌리는 칸트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에 교환가치를 부여했다면, 물 사용으로 발생한 이익이나 세금은 기본소득의 재원이 되어야 한다. 바람, 햇볕, 불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기본소득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임의적 해법이 아니라, 공공재에서 발생한 가치는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철학적 원칙의 귀결인 것이다. (2015.6.26 김어준의 파파이스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