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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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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2-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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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톰슨은 ‘노동·성·권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이 마치 역사의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얽히며 문명의 흥망성쇠를 이끌어 왔다고 본다. 그는 이 세 축을 통해 인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특히 노동을 자연적 조건이 아닌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산물로 규정하며, 노동의 변화가 세계사의 흐름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왔음을 강조한다. 동시에 사회 발전과 함께 재편되어 온 노동 중심의 경제 활동이 반드시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톰슨은 <노동·성·권력> 제4장에서 인간 생활의 핵심을 성관계, 번식, 혈통의 문제로 설정하고,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성·노동·권력 간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해 왔는지를 분석한다. 이 장에서는 특히 ‘할머니의 중요성’과 ‘여성의 성적 차별성’이 주요 논점으로 부각된다.

역사적으로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호모 에렉투스를 포함한 초기 인류는 두 발로 걷는 거의 유일한 포유류였다. 이러한 직립보행은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형성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유인원이 새끼를 어미의 몸에 매단 채 이동하는 것과 달리, 두 손이 자유로워진 초기 인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모자 관계의 밀착성과 정서적 유대는 더욱 강화되었다.

할머니의 중요성

초기 인류 여성의 성기가 두 다리 사이 깊숙이 위치한 구조는 유인원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이는 인간 사회의 조직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바로 ‘할머니의 역할’이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산도는 좁아진 반면, 인간의 두뇌 발달로 신생아의 두개골은 점차 커지면서 출산 과정에는 구조적 긴장이 발생했다. 이를 흔히 ‘출산의 역설(obstetrical dilemma)’이라 부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의 아기를 출산하도록 진화했고, 그 결과 아기는 긴 성장 기간과 집중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때 출산한 여성을 돕고 아기를 보살필 수 있었던 존재가 바로 산모의 어머니나 경험 많은 여성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 사회에서 할머니가 지닌 진화적·사회적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간의 아기는 신체적 미성숙뿐 아니라 방대한 사회적 학습을 습득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장기간 성인의 보호에 의존한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출산해야 했던 상황에서, 할머니는 어린아이를 돌보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유인원 암컷이 폐경 이후 오래 생존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인간 여성은 폐경 이후에도 장기간 생존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커츠는 “폐경 이후까지 생존한 노년 여성들이 인간이 유인원에서 ‘진정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 특히 가족과 사회 조직의 형성에서 예상치 못했던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