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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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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1-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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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느낌

오랫동안 인간 존재의 근거는 사고 능력에서 찾아져 왔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근대 이후 인간 이해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이성은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구별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느끼고 아는 존재』 1장에서 이 전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사고는 과연 존재의 기원인가, 아니면 이미 살아 있는 존재 위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기능에 불과한가?

다마지오는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조건을 ‘사고’가 아니라 ‘생명’에서 찾는다.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살아 있는 존재이며, 살아 있음이란 외부 환경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절을 수행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는 이러한 생명의 기본 작동 원리를 생리학적 개념인 항상성(homeostasis)으로 설명한다. 모든 생명체는 무질서로 기울어지는 자연 속에서 내부 질서를 유지하려는 방향성을 지니며, 인간의 몸 역시 이 보편적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정신 활동은 자연을 초월한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생명 유지라는 근본 과제 위에서 진화적으로 형성된 고도화된 기능으로 이해된다.

이때 다마지오가 특히 주목하는 개념이 바로 느낌(feeling)이다. 감정(emotion)이 신체 내부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라면, 느낌은 그 변화가 주관적으로 경험될 때 성립한다. 다시 말해 느낌이란 생명이 자기 자신의 상태를 감지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인간은 단순히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느끼는 존재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음과 의식이 출현한다.

다마지오에 따르면 마음과 의식은 생명에 부가된 장식적 요소가 아니다. 그것들은 생명 조절 과정이 진화 속에서 점차 복잡해지면서 형성된 확장된 조절 장치다. 의식은 생명이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상태를 하나의 ‘이야기’로 조직할 수 있게 된 단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은 몸과 분리된 실체가 아니며, 의식 또한 초월적 차원에서 주어진 능력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은 전통적인 심신이원론에 대한 분명한 반박을 이룬다.

이러한 존재 이해는 인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관점 역시 변화시킨다. 선과 악, 좋음과 나쁨, 의미와 목적은 순수한 이성에서 연역된 결과가 아니라, 생명이 자기 상태를 느끼고 그 상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절하려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다시 말해 윤리와 문화, 나아가 종교적 의미 체계마저도 느낌을 동반한 생명 유지의 역사적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인간 존재의 근거는 생각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것은 살아 있음과 느끼는 능력, 그리고 그 느낌을 인식하는 능력에 있다. 이성은 존재의 주인이 아니라, 이미 작동하고 있는 생명의 질서를 조정하는 후발적 기능이다. 다마지오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예외적 존재로 보아온 전통적 인간관을 거부하고, 느끼는 생명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새로운 존재 이해의 지평을 제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말하는 존재란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기 상태를 느끼고 그 느낌을 아는 살아 있는 존재라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