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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우주와 생명 진화 속에서의 인간: 기후위기 극복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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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생명 진화 속에서의 인간: 기후위기 극복의 관점에서
최현민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강사
본 연구의 목적은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중심주의에 있다고 보고 이 사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자연과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우주와 생물권의 진화과정 전체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인간이 과연 이 지구상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성찰해보려 하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우주의 진화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원소들과 생명체들은 오늘의 내가 있게 한 근원들임을 다시금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생물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동등한 자기복제 기능을 지닌 유전자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생명체와 깊은 상관관계를 지닌다. 다만 인간은 의식을 지녔다는 것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이지만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평생의 연구를 심신이원론적(心身二元論的) 관점에서 의식의 실체를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의식은 몸과 신경계의 상호 작용으로 형성된 느낌(feeling)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주장한다. 곧 “의식의 생성은 뇌 속의 활동만이 아닌, 신체 내부의 신호와 상호 작용하는 과정, 다시 말해 대뇌 피질과 뇌간 그리고 몸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과학이 말해주는 팩트들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성찰함으로써 인간 역시 다른 생명체와 같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미비한 존재임을 보다 깊이 자각하고자 한다. 둘째, 다른 생명체들이나 대기권, 수권 간의 공생관계 속에서만 인간의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가 바로 인간 생존의 위기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셋째,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학문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뿐 아니라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통해서 인간존재에 대한 보다 심도깊은 이해를 함이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당면한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는 인류가 지니고 있는 모든 지혜를 끌어모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제어: 기후위기 극복, 인간중심주의, 우주진화론, 생물진화론, 인간의식의 진화
Ⅰ. 서론
지금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 인류의 사활이 걸린 ‘기후 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어느 지역에 국한된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라는 점은 이미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밝혀졌다. 2022년 4월, 과학자 반란(Scientist Rebellion)에 속한 과학자들은 기후 연구를 파업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렸다. 그들이 시위한 것은 그동안 기후 과학이 충분히 기후 위기를 증명했는데, 정책적인 응답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기후 위기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필자는 그 원인 중에 핵심은 ‘인간중심주의’에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중심주의는 생태 윤리학에서의 생태중심주의에 대립되는 용어를 뜻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인간은 다른 존재와 구분되는 유일하고 우월한 존재라는 의미로 인간 외의 다른 존재는 인간을 위한 도구적 대상으로 보는 관점인 데 반해, 생태중심주의는 자연 그 자체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는 관점으로 여기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본다. 생태중심주의는 생태 위기를 극복할 주체성 문제가 간과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 생태학자인 머레이 북친은 심층생태학을 비판하면서 윤리적 책임을 질 인간의 주체성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인간 중심적 사유와 거기에서 비롯한 삶의 태도는 기후위기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의 뿌리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사회 전반적인 문제의 근원이 되어온 인간중심주의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이성중심적 사유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중심적 사고를 극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인간 중심적 사고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인간이 누구인지를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자연과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다시 던져보려 한다. 필자는 물리학과 생물학에 기반한 자연과학적 방법을 통해 우주와 생명의 진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인간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각을 회복해보고자 함이다. 이에 앞서 우리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Ⅱ. 자연에 의한 기후변화에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생성된 이래로 수많은 기후변화가 있었다. 그 숱한 변화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기후조건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인간생존에 적합한 조건들이 사라진다면 인간도 지금까지 멸종해온 다른 종들처럼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자연에 의한 변화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종전의 기후변화가 ‘자연’에 의한 것이었다면, 산업혁명 이후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는 ‘인간’이 그 변화의 주체가 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2001년, 2007년, 2013년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일 가능성은 66%에서 90%, 다시 95%로 상승해왔다. 2001년 3차, 2007년 4차, 2013 5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평가보고서를 말한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는 말한다. “지구상에서 빙하가 가장 팽창했던 이래로 1만 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4도 상승해 지금과 같은 기후가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인류는 불과 100년 만에 1도를 높였다. 인간이 일으킨 변화 속도는 자연에서 일어난 변화 속도보다 25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 서울:동아시아, 2019, 30쪽.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는 1.1도 높아졌는데 보통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올라가는데 드는 에너지량은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을 매초에 4개씩 터트리는 양이라고 한다. 같은 책, 74쪽.
그렇다면 19세기 초부터 지구 전체온도가 1도 높아지는데 220년간 매초 4개의 원폭이 터지는 에너지를 썼다는 의미가 되겠다. 바로 그 에너지는 인간이 생활 중에 만들어낸 이산화탄소가 태양광을 흡수하여 태양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1.5도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우리가 만일 1.5도를 넘긴다면 그 이후에는 무슨 짓을 해도 지구를 복원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1.5도는 인간생존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이다. 2만년 전 빙하기를 지나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도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해도 자연에 의한 CO2의 증가량은 만년에 0.02%에서 0.03% 정도였다. 이와 같이 자연은 만년에 이산화탄소량이 0.01% 증가했으나 인간은 100년 안에 이산화탄소량을 0.01% 증가시켰다. 이는 자연에 의한 이산화탄소량 변화보다 약 100배 빠르게 증가했음을 말해준다. 인간에 의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사람이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산화탄소량의 변화로 일어난 기온변화를 비교해보면,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 사이인 1만 년간 기온은 약 4-5도 상승했는데 이것은 자연에서 일어난 온난화 현상 중 가장 빠른 변화 수준이다. 곧 인간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자연에 기온 상승보다 20-25배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같은 책, 30쪽.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한 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까 하는 의문을 갖는 이도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체온이 1도 오르면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감지한다. 지구의 온도 역시 1도가 상승하면 이상 상태에 들어서게 되고 여기서 1도가 더 증가하면 파국적 상황이 벌어지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곧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지구는 늘어난 스프링처럼 회복력을 잃어버려 모든 조절시스템이 붕괴하여 농업이 불가능해지고 물부족, 기근, 생물 다양성이 축소될 뿐 아니라 생태계의 약한 고리부터 하나씩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젠가 게임에서 블록이 한두 개 빠져도 처음에는 유지가 되지만 어느 순간에 가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듯이 지구도 한계에 이르면 회복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온실가스를 방출한다면 지구의 온도는 금세기말에 2도가 넘게 되어 결국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리라는 것이 기후위기 과학자들의 경고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문명의 붕괴』에서 약 1000년 전 노르웨이 바이킹이 소빙하기에 완전히 사라진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같은 책, 38쪽.
바이킹들이 멸종한 것은 그들이 그린란드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생존방식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1300년경부터 시작된 소빙하기 때 바이킹들은 노르웨이 전통 방식을 고수해서 가축을 지나치게 방목함으로써 토양침식이 가속화되었고, 난방을 위해 나무를 베어버려 배를 건조하거나 수리할 수 없게 됨으로써 해양 식량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그린란드는 식물성장이 기후 한계선 상에 있어 가축을 먹인 건초마저 떨어져 가축식량마저 부족하게 되면서 결국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멸종하고 만 것이다.
이에 반해 이누이트는 북극권에서 수천 년 지내면서 가혹한 기후를 이겨낸 삶의 방식을 계속했다. 그들은 눈으로 만든 집 이글루를 지었으며 고래나 바다표범을 사냥해 식량과 난방에 사용했으며 배의 골조에 바다표범 가죽을 씌움으로써 나무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소빙하기 때 그린란드에서 펼쳐진 바이킹의 소멸과 이누이트의 생존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어떤 운명이 전개될지를 말해주고 있다. 같은 책, 42쪽.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는 바이킹처럼 지금까지 익숙해져온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보장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기후 위기는 자연이 인류에게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린 화이트(Lynn White)는 생태위기가 벌어진 책임이 그리스도교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Lynn White Jr.,“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 Crisis”, Science 155, (1967), pp.1203-1207.
그는 주장하기를 그리스도교 성경 창세기1,26-28에 나오는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대목은 인간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하며 살도록 유도해왔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성서신학자들은 이것을 성경에 대한 왜곡된 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반론을 보인 바 있다. 졸고, 「생태위기 극복의 동반자로서의 불교와 그리스도교」, 종교교육학연구 제28권, 한국종교교육학회, 2008.12.
생태위기가 비록 그리스도교 책임이 아니더라도 서구 철학의 이성중심적 사유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암암리에 말해왔고 이에 기반하여 세우진 자본주의적 사고로 인해 인간은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해온 것이다. 이러한 인간중심적 사유에서 벗어나려면 우주와 전 생명체 안에서 인간존재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성찰이 필요하리라 본다. 본고는 이를 위해 인간 존재를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되묻고자 한다.
Ⅲ. 우주와 생명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인간
1. 우주의 기원과 수소 원소의 출현
138억 년 전 대폭발이 일어난 이래로 우주가 계속 팽창해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지 오래다. 우주팽창설은 1920년 중반에 물리학자이자 예수회 사제였던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에 의해 수학적으로 밝혀졌고, 이를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ndwin Hubble)이 관측을 통해 밝혀냈다. 그는 윌슨산 천문대에서 100인치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던 중 우리 은하와 비슷한 크기의 은하가 우주에 많이 있으며 이들이 지구로부터 일제히 멀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멀어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러한 관측이 르메트르의 계산과 정확히 일치하면서 우주팽창설은 더욱 확고해졌다. 우주가 한 점에서 출발하여 폭발했다는 빅뱅설(big bang theory)은 바로 이 우주팽창설에 근거하여 나왔다. 김상욱, 『떨림과 울림』, 서울:동아시아, 2018, 43쪽.
빅뱅 후 우주가 팽창했다면 우주 내 존재들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하기 전에는 완벽한 대칭상태였던 것이 빅뱅 후 10-11초가 지나자마자 대칭상태는 본래의 평형을 잃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칭은 어떻게 붕괴된 것일까?
현대입자물리학에서는 ‘표준모형’을 통해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속성을 설명한다. 글래쇼, 살람, 와인버그는 이 모형을 완성해 1979년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이론의 기본 틀은 ‘게이지 대칭성’이라는 성질인데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힘은 입자를 주고받으며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이지 대칭성이 있으면 전자나 쿼크 등 모든 입자들이 질량을 가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광자와 글루온을 제외하면 모든 입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입자가 질량을 갖기 전에 이 대칭성을 깨뜨린 무엇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다가 2012년에 비로소 그 정체로 밝혀졌는데 그것이 바로 힉스(Higgs) 입자이다. 2012년 7월 4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오전 3시(현지시간)에 힉스 보손과 유사한 입자를 발견했고 2013년 3월 14일 CERN에서 힉스 보손의 발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힉스 보손, 위키백과 참조.)
곧 힉스입자에 의해 게이지 대칭성을 깨지면서 다른 소립자들이 질량을 가질 수 있는 힉스 메카니즘이 생겨났다. 이와 같이 힉스 메카니즘으로 질량을 가진 입자들이 생성되면서 그것들 간에 입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힘들이 생겨난 것이다. 전자기 상호작용(전자기력)은 광자 입자를 교환하며 발생하는 것이고, 약력은 W입자와 Z입자를, 강력은 글루온이라고 부르는 입자를 교환하며 생겨난 힘들이다. 광자, W입자, Z입자, 글루온이 모두 게이지 입자이다. 힘이 입자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입자물리학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최준곤, 「힉스 메커니즘」, 과학동아 2012년 8월호 참조.)
여기서 말하는 힘은 4가지인데 먼저 10의 -3승초라는 찰나적인 빅뱅 이후 제일 먼저 분리되어 나온 힘이 중력이고 그 다음에 강한 상호작용(강력), 약한 상호작용(약력) 전자기적 상호작용이 나왔다. 그러나 이 네가지 힘은 따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핵을 묶어주는 강력(강한 상호작용)은 전자기 상호작용 그리고 중력과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돌을 떨어뜨릴 때 거기에는 중력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기 상호작용도 적용한다. 다만 그 힘이 미비하기에 무시할 뿐이다. 원소 역시 이러한 힘들이 상호작용하여 생겨났다.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서 팽창함에 따라 온도가 점차 떨어지면서 물질을 이루는 최소단위인 쿼크(quark)와 전자(electron)를 만들었다.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입자들 중 하나로 쿼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강력에 의해 원자핵이 뭉쳐지고 그렇게 형성된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김상욱, 같은 책, 40쪽.)
이와 같이 원자핵의 양성자와 전자들이 전자기 상호 작용에 의해 결합된 상태를 물질의 최소단위인 원자라 불렀다.
이상에서 우리는 존재가 성립하기 위한 네 가지 힘과 그로 인해 형성된 원자와 원자 내 전자의 활동에 대해 살펴보았다. 실제로 우주에 출현한 최초의 원자는 수소 원자이다. 양성자, 전자, 광자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 수소 원자는 우주에 새로운 존재들이 출현하는데 하나의 기틀이 되었다. 토마스 베리,브라이언 스윔 공저, 『우주이야기』, 맹영선 옮김, 서울:대화문화아카데미, 2010, 59쪽.
헬륨 원자는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가 핵융합하여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형성된 수소와 헬륨이 초기 우주의 기본원소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 우주의 4%에 해당될 뿐 나머지 96%는 그 실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dark matter)과 암흑에너지(dark energy)이다. 이것은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미비할 뿐임을 말해준다. 4% 중에서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구의 암석을 구성하는 원소가 0.03%, Neutrinos가 0.3%이라는 사실만 밝혀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태초에 만들어진 수소원소가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분자의 구성 원소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이 우주가 태초로 생성된 바로 그 때와 불가분의 관계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이 우주의 가장 근원적인 원소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우주적 존재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토마스 베리, 같은 책, 60쪽.
2. 행성의 원소들과 인간의 관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밝힌 이래로 현대 물리학은 우주에 대해 수많은 사실을 밝혀냈다. 망원경이 발달하자 천체에 대한 보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태양도 거대한 은하계에서 하나의 작은 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을 1000억 개나 있을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은하계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김현주 옮김, 서울: 쌤앤파커스, 2016, 44쪽.
이제 우리는 태양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행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지구와 같은 행성도 수백, 수천 억 개나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우주적 팩트들은 우리가 얼마나 티끌 같은 존재인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최초의 별은 빅뱅 후 약 5억 년이 지나고 수소와 헬륨 원자들과 암흑물질이 중력에 의해 모여들면서 온도와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생성되었다. 그 중 질량이 태양의 100배가 넘는 것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수백만 년 안에 폭발하여 대규모의 성간물질이 되고 이것들이 다시 중력의 수축으로 핵융합하면서 다른 별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별의 탄생과 붕괴가 지속적인 순환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빅뱅 후 약 10억 년 안에 최초의 은하들이 출현했으며, 약 1,32억 년 전 태양이 속해 있는 우리 은하가 생겨났다. (박문호,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서울: 김영사, 2022, 16쪽)
별들의 생성과정에서 우리 은하계의 태양은 46억 년 전 태양 성운 가까이에 있던 큰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튕겨 나온 잔해 일부가 태양성운에 들어오면서 수축, 회전운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최덕근, 『지구의 탄생』, 서울:휴머니스트, 2018 참조.
태양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산소, 규소, 철의 화합물들이 결합하면서 점차 질량이 증가하고 중력이 강해지면서 미행성들이 출현했고 이 미행성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점점 더 커진 후 미행성체(微行星體)가 되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지구형 행성은 이 미행성체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부서지거나 합쳐지는 과정에서 출현한 것이다. 빌 브라이슨 외, 같은 책, 53쪽 참조.
지구형 행성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철과 규소원소도 풍부하지만,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다. 이와 같이 행성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빅뱅 후 5억 년이 지나면서 별들 속에서 합성된 것이다. 즉 별의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헬륨이 탄소로 바뀌는가 하면 온도가 점점 높아져 질소 산소 규소 등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늘어난 무거운 원소들이 형성되었다. 이와 같이 별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된 탄소와 산소는 수소와 결합하여 물(H2O)과 이산화탄소(CO2) 분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생성된 물과 이산화탄소는 태양에서 나온 광자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광합성 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바로 이 점에서 생명체 출현은 별의 출현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탄소 산소 이외에도 질소 수소 철 등의 원소들의 생성 또한 행성들이 생성될 당시에 형성되었고 이 원소들이 생명체가 형성되는 기반이 된 것이다. 태양을 비롯한 지구와 다른 행성들 그리고 다른 은하계의 별들은 모두 전자 광자 양성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주 내 별들의 문제뿐 아니라 원소들의 생성과정에도 반복해서 일어났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진화과정은 전자 양성자 광자의 상호작용이 무한히 중첩되어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이다. 태초에 생성된 원소들은 모두 영속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금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공통된 구성성분이 바로 그 때 생성된 원소들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내 몸 안에 있는 원자들은 그 전에 이미 몇 개의 별을 거쳐 왔을 수도 있고, 수백만에 이르는 생물의 일부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어쩌면 지금 내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 인물에게서 물려받은 것도 있을지 모른다. 또한 나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도 내가 죽고 나면 새로운 생명체나 우주의 새로운 별이 되거나 흩어져서 나뭇잎이 되거나 다른 사람의 몸이 될 것이다. 같은 책, 148쪽.
이러한 사실은 우주의 초기 현상인 대폭발에서 생성된 수소원자를 비롯하여 행성들이 형성될 때 생겨난 산소와 탄소를 비롯한 다른 원소들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공통된 존재근거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와 같이 내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언젠가 다른 생명체의 몸을 이루고 있었던 것들이고 다시 내 몸을 떠나 다른 생명체나 우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은 나라는 존재가 이 우주와 어떤 관계망 속에서 있는지를 다시금 성찰케 한다.
3. 진핵세포의 진화와 인간의 관계
생화학적으로 생명체는 탄소를 주축 삼아 수소, 산소, 질소, 약간의 칼슘, 소량의 황 등이 조금씩 결합한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화학반응의 복합체이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자기복제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DNA(DeoxyriboNucleic Acid)다. DNA는 수소결합으로 된 이중나선구조를 하고 있는데 그 안에 유전정보를 품고 있어 자기복제가 가능하다. 놀랍게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구조로 된 DNA 유전자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정보를 저장하고 이용하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모든 생명체가 원시상태의 생명체로부터 진화되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DNA가 지닌 유전정보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을 통해 모든 생명현상이 이뤄진다.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핵생물은 원핵세포(Prokaryotes)로, 진핵생물은 진핵세포(eukaryote)로 되어 있다. 이 양자의 차이는 DNA가 핵막 속에 있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진핵세포의 DNA는 염색체 속에 있고 염색체는 세포핵 속에 들어 있는데 반해, 원핵세포는 핵이 없기 때문에 DNA 대신 DNA, RNA, 단백질 복합체인 핵양체(nucleoid)의 형태로 세포질 속에 있다. 이는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원핵세포에서 핵막을 지닌 진핵세포로 진화해갔음을 말해준다. 시대별로는 40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가 원핵생물 시대이고, 20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진핵생물 시대라 할 수 있다.
지질학자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1914-2009)는 진핵세포(eukaryotic cell)야말로 전체 지구 이야기에서 가장 위대한 전환이라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진핵생물 시대(20억년~ )는 원핵생물 시기(40억년~20억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생물학적 창조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생명체가 진핵세포에 와서 급격한 변화를 이룬 것은 그 세포 안에 다른 세포가 공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핵세포는 핵막을 지녀서 그 안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보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포 내에는 다른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진핵생물을 보면 대부분 세포 내에 많은 생명체가 공존한다. 이와 같이 생명체들이 공생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화학 분자들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생명을 지속시키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진화』, 임지원, 고현석 옮김, 파주:아르테, 2019, 78쪽.
이러한 세포 내 공생설(endosymbiosis)은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제안한 학설로 그녀는 원생생물들이 먹고 먹히는 과정에서 서로 돕는 공생관계로 발전해가면서 진핵생물이 출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핵세포의 세포내소기관으로 변형되어 살아가는 대표적인 것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종전에 독자적 생명체였던 증거는 그 안에 독자적인 DNA와 RNA, 그리고 리보솜이 있어 스스로 단백질 합성과 자기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각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ATP)의 생산공장의 역할을 한다. 즉 섭취한 음식물과 산소가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 미토콘드리아로 보내지면 거기서 에너지원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이라고 부르는 분자로 변환된다. 빌 브라이슨 외, 같은 책, 398쪽.
이와 같이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공장 역할을 해온 미코콘드리아 외에 세포 내 공생관계를 통해 세포소기관이 된 것은 엽록체이다. 엽록체는 광합성을 하는 기관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광합성 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포도당과 산소로 생명을 유지해 간다. 인간 역시 식물이 내놓은 포도당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호흡 과정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간다.
이와 같이 진핵세포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생명체들이 보다 고등한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생명체의 진화과정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해온 생명체들이 생멸을 거듭해가며 진화해오는 과정은 기후변화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이는 생명체의 생존은 전적으로 기후의 영향을 받음을 의미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도 예외일 수 없다!
4. 기후변화에 의한 생물의 멸종
지구 생성 25억년 전에 생겨난 원핵생물은 산소없이 무기호흡을 하며 살다가 대기 중 산소농도가 점점 늘어나자 과다의 산소가 독성으로 작용해 생존이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우리 몸 속의 백혈구도 산소를 이용해서 박테리아를 죽인다는 점은 이와 같은 이치라 볼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생존에는 필수적인 산소가 혐기성생물에는 독성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이러한 대기 중의 산소농도의 변화가 산소를 활용할 수 있는 생명체들의 진화과정을 촉진시켰다는 사실은 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같은 책, 313쪽.
24억 5000 만 년 전부터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명체가 출현하면서 산소가 생성되자 유기호흡을 하는 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명체는 고원생대에 출현한 남조세균(cyanobacteria)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에 산소를 방출함에 따라 대기 중의 산소농도는 급속도로 높아져 갔다. 이와 같이 원시 대기에 전무했던 산소가 24억 년-20억 년 전에 일어난 1차 산소혁명을 거치면서 대기 중에 1% 정도로 축적되자 생물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으니 호기성 박테리아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산소는 혐기성 세균에게는 세포를 파괴하는 활성산소로 작용했지만, 호기성 세균들은 놀랍게도 항산화 작용을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생성함으로써 대기 중에 산소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대기 중에 산소량이 축적되자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CH4)이 남조류에 의해 만들어진 산소와 결합하여 온실가스 효과가 줄어들면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다. 강력 온실가스인 메탄은 산소를 만나 이산화탄소를 내지만(CH4 + 2O2→ CO2 + 2H2O)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효과가 20배가 강하다. 따라서 당시 대기 중에 메탄이 줄어들면서 지구온도는 10도 이상 하강했던 것이다.
신원생대(약 7억 5000 만 년-6억 35000 만 년 전)에 찾아온 빙하기는 적도 부근 바다를 1km 두께 얼음으로 덮을 정도로 지구 전체가 눈덩이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눈덩이지구(Snowball Earth) 사건 때 생물의 대멸종이 일어난 것이다. 이 가설은 1960년대 7억년전 캄브리아기 빙하 퇴적물이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었고 적도지역에서도 같은 빙하퇴적물이 발견되어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그 후 잇따른 해저 화산 폭발로 생겨난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구는 다시 따뜻해지자 광합성 생물이 활성화되었다. 그 후 대기 중 산소농도는 5-18%까지 올라가면서 2차 산소혁명을 맞이했다. 산소혁명으로 다세포생물이 출현했고 마침내 5억 4천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는 생물의 대폭발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우리는 대기 중의 산소량의 변화가 생물 진화과정의 변화요인에서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1차 산소혁명으로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진화했고, 2차 산소혁명으로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5-18%로 크게 늘면서 다세포동물이 출현한 것이 바로 그 실례이다. 이와 같이 이산화탄소량의 변화는 새로운 생명체의 출현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생물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구상에는 다섯 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첫 번째 대멸종은 오르도비스기(4억 8830 만 년~4억 4370 만 년) 때 식물이 육상으로 대거 올라와 광합성을 함으로써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감하자 온실가스 효과가 줄어들어 빙하기가 찾아와서 일어났고 두 번째는 데본기(3억 6000 만 년 전) 때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 강한 방사선으로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자외선에 의해 생물이 멸종했다. 그 후 고생대 마지막인 폐름기(2억 5000 만 년 전) 때에는 화산이 계속 폭발하면서 이산화탄소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그 온실가스 효과로 바닷물 온도가 40도로 올라가자 해양 생물체가 멸종했다. 다시 2억 100만 년 전 트라이마트기에 가서도 이산화탄소량이 급증하면서 온실가스로 인해 대멸종이 일어났으며 마지막 대멸종은 중생대 백악기(660만 년 전) 때 지름 10Km 크기의 소행성이 떨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이후에 벌어진 격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들이 결국 멸종하고 말았다.
앞서도 말했듯이 생명체 진화와 멸종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산소와 이산화탄소량의 변화가 생명권의 멸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 역시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짐으로 치닫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예견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건이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었다면, 현재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 위기는 인간에 의한 인재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6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5. 진화론적 관점을 통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와 생물권의 진화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138억 년 동안 일어난 모든 진화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존재인 인간은 우주에 생성된 원소들이나 생명체들과 어떤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태초의 우주에서 생성된 수소나 태양계의 진화과정에서 출현한 원소들 그리고 진핵세포의 진화과정들 모두가 오늘의 내가 있게 한 근원들임을 생각할 때 우주와 그 안에서 생존해온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망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생물의 진화과정이 생물권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대기권, 암석권, 생명권, 수권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진행된다는 사실은 ‘나’라는 존재가 우주의 삼라만상과 얼마나 깊은 연기(緣起)적 관계 속에 있는지 더욱 깊이 숙고하게 된다.
대기권과 수권을 포함한 우주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생물권이 생겨났다는 사실은 생물권이 산소, 탄소 등 무기물의 순환 과정들을 포함한 지구의 하위 체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생명권 내에서의 새로운 종의 출현과 멸종은 지구의 전체 체계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찾아가는 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우주 내 생명체의 진화과정과 변화의 역동성 안에서 인간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것에 얼마나 의존되어 살아가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동등한 자기복제 기능을 지닌 유전자인 DNA를 공유하고 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30조 개의 세포마다 DNA가 하나씩 있는데 그 DNA는 다른 생명체들의 그것과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이 DNA 구조가 같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존재임을 말해준다. 다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은 ‘의식’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 역시 생명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이미 뇌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필자는 이 점을 뇌과학자이면서 신경생리학자인 다마지오의 연구를 통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그의 사상은 종전의 뇌과학자들의 의식연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간 의식에 대한 연구에서 종래의 뇌과학자들과 다마지오의 의식 연구 사이에 드러난 차이에 중점을 두어 인간의식이 다른 생명체와 어떤 점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Ⅳ. 호모사피엔스의 의식 출현
인간이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데에는 몇 가지 신체적 조건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뇌 크기의 증가, 직립 자세, 두 다리로 걷기, 그리고 도구의 사용 등이 그것이다. 생물의 진화과정은 생명체 내에서의 변화만이 아니라 지구의 지각 변동인 판운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구의 지각 변동 중 약 5천 500만 년 전 인도판이 아프리카 남부와 남극대륙 부근에서 떨어져 나와 유라시아대륙과 결합하는 대규모 충돌 사건은 인류의 출현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계속된 두 대륙판의 충돌로 인해 인도차이나반도의 위치가 바뀌면서 인도양으로 유입되는 온난한 서태평양 해류의 양이 줄어들어 450만 년 전부터 동아프리카 온도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기후가 열대 기후에서 사바나 기후로 바뀌었다. 그 결과 250만 년 전 아프리카 지역이 건조해지면서 열대림이 줄어들고 사바나 지역이 형성되었다. 그것이 그곳에 초기 인류의 조상이 출현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출현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맹수들의 터전인 열대우림에서 나무가 듬성듬성한 초원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자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 발로 걸어 먹이를 찾아 나섰다. 초기 인류는 직립보행뿐 아니라 두 손을 사용하여 음식을 운반하거나 도구를 만들어 사냥하는가 하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지능도 발달하면서 문명을 일궈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 특이한 점은 약 120만 년 전 당시 초기 인류의 대뇌 신피질은 200만 년 전과 비교할 때 약 두 배로 확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대뇌 신피질이 늘어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생명체와 차이가 현저히 드러났는데 그것이 바로 ‘의식의 출현’이다. 이 점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생명체와 차별화된다고 생각해왔으나 과연 호모 사피엔스가 지닌 의식은 대뇌 신피질의 진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진 것일까?
지금까지 수많은 뇌과학자들이 뇌의 발달과 관련하여 의식의 진화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그들 연구의 바탕에는 오랜 서구철학의 사고가 그 밑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16세기 근대철학을 연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이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이원화한 심신이원론을 주장하면서 이성의 역할을 강조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서구철학계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심신 이원론적 사유는 이성을 관장하는 뇌가 인간의 몸을 좌우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오면서, 느낌과 감정은 프로이트에서 시작된 심리분석이나 정신의학 쪽으로 편입되어 버렸다. 스피노자와 니체에 오면서 몸은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되긴 했으나 느낌과 감정이 철학의 주된 주제로 다루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각각 독립된 실체로 보는 실체이원론으로는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뇌에 있는 송과선 안에서 몸과 마음이 서로 상호작용한다고 추측했으나 이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러한 데카르트 사상에 반하여 스피노자는 실체이원론을 부정하고 몸과 마음이 결합된 하나의 실체만을 주장했다. 장회익,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서울: 청림출판, 2019, 410쪽 참조.
스피노자의 사상은 그 이후 지능이나 이성을 중심으로 의식 문제를 접근해오던 것에서 느낌(feeling)이나 감정(emotion)을 의식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스피노자의 사상에 주목한 이가 바로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이다. 그는 『데카르트의 오류』를 통해 심신 이원론적 관점에서 의식의 실체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스피노자의 뇌』라는 저술을 통해 스피노자의 사상을 수용한 바 있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에게서 얻어낸 직관적 통찰을 “마음이 몸의 내용을 빚어내는 것보다 몸이 마음의 내용을 더 많이 빚어낸다”고 요약하고 있다. 같은 책 412
이러한 다마지오의 사상이 신빙성을 갖는 것은 그가 실제 임상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다마지오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서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그는 판단력이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김시바, 『우리는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가』, 서울: 브런치북, 2019.
다마지오는 의식을 신체와 정신을 분리한 채 바라보는 관점에 의문을 품고 뇌가 아닌 ‘몸’의 다른 부분들과 그 안의 비신경 조직에 주목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거의 평생을 거쳐 인간의 의식을 연구해온 다마지오는 몸과 신경계의 상호 작용으로 형성된 느낌(feeling)이 의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은 종전의 뇌과학자들이 바라보는 의식에 대한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 종래의 사상가들은 의식을 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간주하고 뇌를 중심으로 의식을 연구해왔다. 그러나 다마지오는 의식이 뇌의 작용만이 아니라 ‘느낌’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봄으로써 뇌의 변화에만 집중해 의식을 연구해오던 종전의 방법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의식이 느낌과 연관성이 있다면 의식의 진화는 느낌을 지닌 원시 생명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이는 ‘느낌의 진화가 곧 의식의 진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1. 느낌과 의식의 상관관계
생명체는 몸에서 일어나는 항상성(homoestasis)의 명령에 따라 반응하고 이것에 의해 생명 현상을 이어간다. 생명체가 항상성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 간다는 것은 항상성이야말로 모든 생명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명의 기본 메커니즘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박테리아와 같은 원시 생명체는 어떻게 항상성을 유지해 갈 수 있을까? 그들은 느낌이나 감각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해 간다. 이것은 항상성이 느낌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녔음을 말해준다. 종전에는 항상성을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해서 평형이나 균형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다마지오는 항상성을 ‘좀 더 편안하고 좋은 상태를 향해 스스로 상향 조절하는 생명의 작용’이라고 정의 내림으로써 항상성 개념을 확장시켰다. 곧 그는 항상성을 현재의 안녕 상태를 기반으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강력한 충동이라고 본 것이다. 안토니오 디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감정과 느낌은 신경계가 신체 상태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항상성이 정보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다마지오의 이러한 견해는 존 토데이(John Torday)의 의견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 역시 항상성을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힘으로 보는 종전의 개념을 거부하고 대신 진화의 추진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박문호, 같은 책, 262쪽.)
단세포생물이 감각을 통해 외부 주변 환경과 다른 생명체를 감지하는 것을 다마지오는 ‘비명시적 능력’(non-explicit competence)이라고 했는데 이는 느낌의 다른 표현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끼고 아는 존재』, 고현석 옮김, 서울: 흐름출판, 2021, 208쪽.
여기서 느낌은 신경계의 전기신호적이고 화학적인 조절 과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신경계 생성 이전에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감각을 통한 신체 사이의 교감에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마지오는 느낌에서 의식으로 진화되는 과정에서 이미지 개념을 중시한다. 이미지는 뇌 속에 있는 감각지도와 관련이 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세 종류의 감각지도가 있는데 체 감각 지도, 망막 지도, 청각 지도가 그것이다. 체 감각 지도는 촉각에 대한 지도이고 망막 지도는 시각, 청각 지도는 청각에 대한 지도를 말한다. 박문호, 같은 책, 247쪽 참조.
이 지도들은 대뇌의 연합피질로 들어온 촉각, 시각 청각의 정보들로 만들어지는데 이 지도들이 모여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와같이 우리 몸의 감각에서 생긴 느낌이나 감정은 이미지로서 대뇌에 저장되는 것이다.
다마지오는 이미지를 내부 장기 이미지, 몸 이미지, 외부 이미지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같은 책, 163-5쪽.
내부장기 이미지는 우리 몸에서 가장 오래된 생존 시스템으로 본능적 욕구를 담아서 생성되고 몸 이미지는 척추동물에서 진화한 근육이나 골격의 움직임에서 나온 이미지이다. 외부 세계의 이미지는 시각, 청각, 촉각에 해당하는 감각 수용체를 통해 수집된 정보로, 대뇌피질에서 신경 회로의 패턴인 지도를 만드는 것에서 비롯된다. 즉 여기서 형성된 감각 지도들이 연합하여 외부세계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것이 다중감각 연합 피질에서 다른 이미지들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느낌이 이미지화되고 그것이 의식으로 변환된다는 것은 감각이 지각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즉 감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과 그 감각 대상을 인지하는 지각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다마지오는 감각과 지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각이 이루어지려면 대상에 대한 이전 기억이 필요하며 이 이전 기억이 새로운 감각 정보를 만남으로써 지각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지각이란 기억된 감각 이미지가 현재 입력된 감각 정보와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생겨난다. 같은 책, 24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