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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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회 다운로드 | DATE : 2026-05-19 02:19:32
존재(being)하기
명상은 존재(being)하기의 훈련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문화는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이 doing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점점 존재함(being)이 어려워져 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스캔해 보자.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은가? 가면 갈수록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옆 사람이 뭔가 열심히 하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왠지 경쟁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뭔가를 끊임없이 하도록 도전을 받는다. 그래서 doing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 명상을 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지만 명상을 통해 doing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게 됨을 명상수행자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이렇듯 명상은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에서 시작된다. 나로 하여금 계속 doing하도록 재촉하는 세상에 저항하여 멈추어 서는 것이다. 처음 명상을 시도하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음이 낯설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금씩 앉아있음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깨닫게 된다. 나 자신이 세상에 의해 조정되어가고 있음을...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세상 안에서 스스로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음을.......
우리가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몸은 계속 긴장 속에 있어 이완되지 않게 되고 결국 몸 안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마음과 몸은 함께 돌아가기 때문에 몸에도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바디 스캔(Body Scan)은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내 몸의 부분들을 알아채는 것이다. 몸의 부위를 따라 바디 스캔을 계속 하다보면 자신의 몸에서 어느 부위에 통증이 있는지 어느 부분에 긴장이 있는지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 마음을 둠으로써 긴장과 통증을 풀어낼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 사이를 계속 오가며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일상을 살다보면 지나간 것들과 앞으로 올 것에 주로 마음이 가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현재에 머무른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대개 우리의 마음은 미래를 향해 있다. 미래지향적이다. 사실 꿈을 갖고 사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꿈이 있어야 오늘이 더욱 의미 있어지기 때문이다. 오늘 이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자신의 꿈을 통해 의미 있어진다. 그러나 꿈속에서만 살면 자칫 우리는 현실 속에 담긴 소중한 것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나의 꿈을 지금 이 순간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하며 사느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꿈이라는 건 지금 찰나 찰나가 이어져서 성취되는 것이다. 자칫 자신의 꿈의 세계에서만 사는 이들은 현실의 작은 일들 일상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문을 하는 이들은 일초를 아끼며 뭔가를 하려 하기에 현실 속의 작은 것 속에 담긴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친구관계 안에서 소소한 정을 나누는 시간들을 희생하고 만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라. 아무리 외부로 큰 업적을 이룬다 한들 그 삶은 공허한 것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나가는 날을 놓치지 말라(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뜻은 ‘촌음을 아끼라’는 말로 미래의 큰 일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뜻은 그래서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의미이다.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 때 우리의 꿈은 그 연장선상에서 실현될 것이다. 명상은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다. 명상수행은 현재에 being하는 연습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코자 모든 것을 수단으로 삼는 우리네 삶에서 지금 여기가 삶의 목적이요 목표로 살기 위함이다.
대학을 졸업해서 좋은 직장, 좋은 배후자를 만나 결혼해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을 삶의 목표를 둔다면, 그것을 이루었을 때 우리의 인생 목표는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나? 그 후 다시 제2의 목표를 설정하고 산다고 하자. 그러면 다시 그것을 향해 전처럼 다른 모든 것을 수단으로 삼고 살아간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삶은 결국 수단의 연장선상에 머물다 끝나고 만다. 목표달성은 그 순간이고 나머지 삶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린 묻는다. 우리는 매순간을 목적으로 삼고 살아갈 수는 없나? 명상은 바로 우리가 매순간을 목적으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그건 명상을 통해 지금 여기에 머무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를 참으로 산다는 건 지금 여기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다. 즉 매순간이 나의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종래에 수단이었던 삶이 이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를 사는 게 진짜 사는 게 아닌가? 이런 점에서 명상수행은 과거나 미래로 줄달음쳐버리는 우리를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훈련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이 현재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각을 불교에서는 마음챙김 또는 알아차림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스마트폰에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남들이 뛰니까 나도 덩달아 뛰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조종 시스템 속에서 정신없이 doing하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doing하는 삶으로부터 being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2014.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