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민 연구실
씨튼연구원은 영성의 토착화와 종교간의 학문적 대화가 목적입니다.
비교 영성

<불교와 그리스도교, 영성으로 만나다 > 책이 운주사에서 출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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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13-10-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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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몇년전 씨튼연구원 주최로 강의해온 종교 대화 강좌를 책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 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또 교정을 되풀이해 오다가 이제 겨우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많은 분들로부터 가르침을 배울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싶어 용기를 내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밀어둔 숙제를 겨우 끝낸 느낌이 듭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내용이 첨삭된 것은 그간 제 사유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둡니다.
20여 년 전 종교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톨릭 수도자라는 제 자신의 정체성 때문이었는지 자연스레 불교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 불교는 늘 제게 물음을 던지는 계기로 다가왔고 저의 신앙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도록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깊은 희열과 함께 그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한국 문화 안에 불교라는 참으로 소중한 종교 전통이 면면히 흘러오고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영성을 통해 배운 많은 것과 저의 종교적 체험을 바탕으로 10개월에 걸쳐 해온 강의와 종합토론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1강에서는 불교와 그리스도교 간의 대화와 관련하여 종래에 이루어진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하고자 합니다. 종래 양 종교간 대화는 일본 교또학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대화의 주된 관심사는 양 종교의 공통 기반을 찾고자 하는 데 모아졌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진 종교 대화는 자칫 각 종교가 지닌 고유성과 특수성이 간과될 위험이 있습니다. 진정한 종교간 대화는 각 종교의 고유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그간에 이루어진 종교간 대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함께 앞으로 종교간 대화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2강에서는 역사적 차원과 궁극적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창시자인 예수님과 부처님의 정체성을 비교하고자 합니다.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그리고 역사적 붓다와 신앙의 부처님의 비교가 그것입니다. 시간을 초월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신 예수, 한 수행자로서 깨친 존재였던 고타마 싯다르타와 신앙의 대상이 된 석가모니불의 관계를 고찰해 봄은 양 종교의 신앙을 비교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3강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불교의 연기緣起를 비교의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보통 그리스도교의 사랑은 불교의 ‘자비’와 비교되곤 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자비는 삼라만상이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붓다의 ‘연기’에 대한 자각에서 나왔고, 그리스도교의 사랑 역시 하느님과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과의 깊은 존재적 상관성에 대한 깨달음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교의 ‘사랑’을 불교의 ‘연기’와 비교해 봄은 그리스도교를 믿음의 종교로,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로 고착화시켜 보려는 선입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4강에서는 양 종교의 인간관을 하느님의 모상과 불성을 통해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인간을 무상無常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불성을 지닌 존재로 보는 불교의 인간관은 긍정적이면서 낙관적인 인간 이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본래성에 대한 불교의 이해방식과 비견할 수 있는 것을 그리스도교에서 찾는다면 ‘하느님의 모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 수행에 있어서는 불성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데 반해, 그리스도교는 아우구스티누스 이래로 인간의 죄성罪性을 강조해옴으로써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인간의 본래성을 간과해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현대신학, 특히 생태신학적 관점에서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의 모상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죄성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인간 이해의 차이를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제5강에서는 4강에 이어 양 종교의 인간 이해의 또 다른 측면으로 그리스도교적 인격과 무아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불교에서는 연기에 바탕하여 존재론적 표현으로서 무아를 말하는 데 반해, 그리스도교는 ‘인격’을 강조해 오고 있습니다. 불교의 무아적 존재론과 그리스도교의 인격의 비교를 통해 양 종교의 인간 이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6강에서는 양 종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인 하느님 나라와 열반을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제7강부터 9강에서는 양 종교에 몸담고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걸어가야 할 ‘제자됨의 길’을 믿음과 수행(명상), 그리고 기도의 관점에서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알려져 있으나, 불교 역시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믿음을 중시해 왔습니다. 제7강에서는 불교의 믿음은 그리스도교의 믿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8강 ‘불교 수행의 길’에서는 초기불교의 팔정도八正道 수행부터 상좌부 수행인 위빠사나 수행, 그리고 대승불교의 선 수행, 곧 간화선과 묵조선에 이르는 불교 수행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모든 불교 수행은 이원론적 사고에서 자유로워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곧 팔정도 수행이나 위빠사나 수행, 그리고 선 수행 모두 연기적 깨달음에 기반한 중도적 세계를 향한 다양한 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반해 그리스도교는 기도 명상을 통한 정화의 길을 중시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9강에서는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기도 방법을 살펴본 후 이를 불교의 수행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제10강은 지금까지의 강좌에 대해 전 중앙승가대학 총장이셨던 서종범 스님과 서강대 교수이신 서명원 신부님과 함께 종합토론한 것을 정리한 겁니다. 두 분의 폭넓은 이해는 그동안 제가 해온 강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많은 가르침을 주신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그중 하나가 ‘소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의 소통 문제는 현대인들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의 한 가운데에는 각자가 지닌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앙은 그 어떤 가치보다 인간의 마음 깊이를 건드리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종교 다원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웃 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너와의 소통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한 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불교를 접하면서 제 안의 가치들과 수많은 소통을 해야만 했고 그 소통의 과정들을 이 책에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동안 성찰해온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의 부족함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고 사고와 언어의 한계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채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만, 제가 언어로 표현해내지 못한 것들은 이 책을 접할 여러분의 혜안을 통해 읽혀지리라고 희망해 봅니다. 이 한 권의 책이 불교 영성에 관심을 지닌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그리스도교에 대해 알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또한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영적으로 성숙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보다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제 삶과 학문의 길에서 만난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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