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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일본인의 무종교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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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인의 무종교성-1
일본의 종교적 양상은 한국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종교적 차이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의미한다. 삶에서 종교만을 떼어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민족의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민족에 속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 종교를 모르고 일본인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교는 삶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일본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자리를 이해해야 하고, 마음 저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면 그들의 종교를 알아야 한다.
해외로 간 일본 젊은이들이 서구인들로부터 인사말로 ‘종교가 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 그들은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종교관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가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답은 그리스도교적 전통 속에서 자란 서구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그리스도교적 배경 안에서 자란 서구인들에게 있어 '종교가 없다'는 일본인들의 응답은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무종교’라는 대답은 단순히 종교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인들의 삶의 자리를 드려다 보면 종교적 심성이 풍부한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무종교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종교적 심성이 풍부할 수 있을까?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듯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일본인의 무종교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묘한 감정부터 올라온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보낸 세대가 경험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어오면서 일본에 대해 피상적이지만 부정적인 감정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일본의 문화는 우리 사회 문화에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2004년도 7월 29일 <주간 한국>은 머리기사로 ‘일류 열풍’을 다뤘다. 일본인들이 한류, 한풍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문화를 일류(日流)라고 한다. 그 잡지에서 다룬 것처럼 일본 먹거리, 일식 선술집, 우동집, 카페가 신촌 종로 곳곳에 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일본 그림이 진열되어 있고 서비스하는 분들도 일본 옷을 입고 있다. 일류가 그렇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침투를 하는 것이다. 먹거리뿐 아니라 여러분이 많이 듣는 음반, DVD 같은 것들이나 생활소품 아이디어 등 일본 문화가 암암리에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메스미디어를 통한 일본대중문화로 상당히 우리에게 들어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들어왔을때 내가 떠날 때와 한국 상황이 변해있어 깜짝 놀랐다. 당시 일본에서 TV를 볼 때 음식프로그램이 많고 오락프로그램도 좀 질이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한국에 오니 아주 유사한 TV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무분별하게 일본 문화가 한국에 들어와서 역사를 망각하게 만들고 미래를 왜곡시킨다는 논리들로 서술된 글들이 많이 나왔다. 일본의 문화를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보는 시각이나 일본 대중문화가 우리 대중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본에 대한 감정이나 선입견,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이웃나라 일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종교학적 개념을 도입한다면 판단을 내려놓는 것, 곧 판단보류가 필요하다. 우리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을 때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고 그것은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차원을 넘어서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것은 삶이란 관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왜곡된 대상에 대한 이해는 나 자신에 대한 왜곡된 이해와도 관계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타인을 제대로 이해할 때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됨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 종교를 공부한다는 것은 일본인들을 이해한다는 차원에 머무는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일본 종교의 특징 중에 하나로 ‘생활종교’를 들 수 있다. 종교가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각 나라마다 통과의례가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통과의례를 행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신사(神社)를 간다. 신사란 일본말로는 진쟈라고 하는데 신사는 신도 즉, 일본의 토착신앙의 사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산사에 가서 오미야마이리 즉, 생명이 탄생한 것에 축복을 보내는 의식을 한다. 그리고 결혼할 때는 많은 젊은이가 교회에 간다. 젊은이들은 웅장한 교회건물에서 일생의 반려자와 결혼하는 것을 선호한다. 장례를 치를 때에는 사찰에 간다. 이렇듯 일본인들의 통과의례가 뒤죽박죽이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일본 종교가 지닌 생활종교라는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종교는 중층신앙이라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2004년도 일본 문무과학성에서 낸 통계에 의하면 일본 현재 인구가 약 1억 3천 정도 되는데 ‘어떤 종교를 믿느냐’고 물으면 신도를 믿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1억 8천(?)이라고 한다. 불교라고 대답한 사람이 960만, 기독교라고 하는 사람이 190만 명, 그 외에 기타 종교가 천만이 넘는다. 이렇게 일본인들은 상당수가 중복된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 신자이면서 불교를 믿거나 신도 신자이면서 기독교 신앙을 지니는 것을 중층신앙이라고 한다. 대부분 일본인들은 신도를 믿으면서 다른 여타 종교를 동시에 믿는다. 여기서 신도는 일본의 토착신앙이면서 일본인들의 삶의 기반이 됨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종교와 달리 일본의 토착 종교를 자연종교라고 할 수 있다. (자연종교 외의) 다른 종교는 교단종교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자연종교인이 많고 교단종교인이 적다. 그렇지만 서구 사람들이 물어볼 때는 어떤 교단 종교에 속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니다’ 이렇게 대답하니까 그쪽에서는 무종교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 무종교성의 무는 종교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교단종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서구인들처럼 ‘일본인들은 종교가 없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생활종교, 중층신앙을 갖고 있으며 자연종교인이고 교단종교는 거부하는 종교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교단종교를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나 그리스도교 사상은 나름대로 대단한 독창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