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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생태영성> 최현민 공저, 운주사에서 10월에 출간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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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관리자 (1.♡.172.206) DATE :
13-10-29 14:34 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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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생태영성>을 읽고
서강대 명예교수 김승혜 수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생태 영성은 씨튼연구원 종교대화 강좌가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는 열 번째의 책이 됩니다. 그 열 권 중에서 네 권이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두 종교 공동체가 지니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씨튼연구원에서 이루어진 불교와 그리스도교 대화의 시작이 선불교와 그리스도교로 두 종교의 가르침 전반을 주제로 했다면, 두 번째 책은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수도생활로 두 전통의 영성적 핵을 이루는 수도생활의 공통된 특징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책은 영어(Monasticism Buddhist and Christian: The Korean Experience by Peeters)로도 번역되었습니다. 세 번째 책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수행으로 구체적인 수행의 길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우리의 대화를 영성적인 수준까지 심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네 번째로 이번에 출판되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생태 영성은 우리 시대의 화두인 “생태적 삶”으로 우리의 초점을 모으면서, 어떻게 두 종교 전통이 자연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변화시키는 회심에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불교 전통에서는 연기사상에 기초를 둔 남방불교(Theravada), 우주만상이 인드라망과 같이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를 내포하고 있다는 화엄사상, 욕망을 일으키는 차별식을 반야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선종의 생태사상을 각기 다루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우주적 계약사상과 땅을 위한 안식년 제도를 제정하여 인간의 책임의식을 고취한 구약 전통, 창조세계 전체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통찰한 예수의 생태 의식 및 과정신학의 생태적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각기 다른 문화적 이미지와 언어로 표현하면서도 10개월 간의 대화에 참여한 일곱 명의 학자들은 다음 세 가지 점에 합의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기계적 발전에 대한 맹신과 인간중심적 세계관에 기초를 두고, 물질적 소유가 행복을 가져온다는 잘못된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가치체계를 성찰하여 욕망의 충족을 통해 쾌락을 찾는 우리의 시야를 더 높은 기쁨의 경지, 곧 조화로운 관계에서 갖게 되는 편안함(禪定樂)과 애착에서 자유로워지고 이기심을 비우는 데서 누리게 되는 최고의 행복(解脫樂)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둘째,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른 생명체와 독립해서 홀로 살 수 있다는 우리의 무지와, 경제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한다는 우리의 환상을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인드라망 이미지가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 현실을 이해하는 데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고 그리스도교 쪽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불교의 연기사상이 생태적 현실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면, 그리스도교의 성서적 전통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상반되어 보이는 비전을 제공하고 있어서 생태적인 해석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조사상과 우주적 계약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면, 연기와 업보사상과 같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지혜를 담고 있다는 불교 쪽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박하고 검소한 삶의 양식이 생태 영성을 살아가는 구체적 표현이라는 셋째 합의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형의 상속권을 뺏고 도망쳤던 야곱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하느님을 대면하고 씨름을 한 경험이 형과의 화해를 가져오게(창세 33,9) 했듯이, 우리의 신앙 체험이 만물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살도록 우리에게 영감과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적 생태 운동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끝에 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소수라도 생태적 소박한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살아 있는 예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생태 영성” 대화에 참여한 그리스도교 학자들 중에는 그리스도교의 유일신관(monotheism)을 범재신론(pan-en-theism)으로 바꾸어야 그리스도교적 생태 영성이 꽃피울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하고 있는데, 저는 거기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학자들이 그리스도교 전통이 지닌 인격적이고 삼위일체적인 신관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지속하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신비전통, 특히 안 계시듯이 계시는 하느님의 인식을 드러내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인격적 하느님의 개념 안에 잘못 들어가 있는 의인화된 개념을 정화함으로써 상호성(mutuality)에 기초한 생태윤리와 영성을 구성하는 바탕이 되게 했으면 합니다. 사실 범재신론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겠습니다. 만일 범재신론을 “모든 것이 신이라는 범신론과는 다르게 신은 내재적이면서도 동시에 초월적이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는 양상인 이 세계 전체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절대신의 초월성과 내재성을 조화하려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가톨릭대사전, p.3252)라고 정의한다면 그리스도교의 유일신관과 상반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의 범재신론은 삼위일체적 범재신론이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는 지켜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람직한 종교적 생태 영성을 같이 추구하면서 10개월 간 이어 간 대화모임은 앞으로 더 많은 결실을 낼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물질적 발전과 자본주의적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숨 쉬고 마시고, 먹거리를 제공받는 공기, 물, 토지와 사람의 마음이 급속이 오염되어 피폐해 가는 이때에 더욱 갈망되는 샘물이라 여겨집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 전통 모두 그들의 오래된 창고 안에 생태 영성적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났습니다. 불교적 보물이 투명하다면, 그리스도교적 보물은 끄집어내서 먼지를 닦고 광을 내게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그리스도교는 인간과 만물의 연계성을 통찰한 불교적 이론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불교는 그리스도교가 발전시킨 사회적 투신에서 배울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한국의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대화를 통해 물질적 풍요와 편이, 쾌락이 줄 수 있는 만족의 일시성과 허망함을 깨닫게 도와주고, 더 깊은 행복의 가능성을 알려서 생태 위기 속에 방황하는 우리 시대에 석가모니 부처님과 나자렛의 예수님이 열어주신 참된 행복의 비전을 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2013년 10월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
김승혜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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