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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화> - 종교간 소통을 위한 종교인 모임 대화 기록
 WRITER: 관리자 DATE : 10-12-01 12:18 READ : 3722

종교간 소통을 위한 종교인 모임 대화 기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화>

 

"이 기록은 ‘종교대화 씨튼연구원’(www.setondialog.or.kr)에서  매년 네 차례 가진 종교대화 세미나를 녹취 정리한 것이다. 영성의 토착화와 종교간의 학문적 대화를 목적으로 열린 씨튼연구원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종교대화를 위해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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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내 주요 종교의 신앙인이자 학자인 종교인들이 종교간 소통을 위해 6년 동안 진행한 토론과 대화의 진솔하고 생생한 기록.

 

1.

인류의 보편적 종교라면 그 어떤 종교도 폭력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듯 평화와 사랑과 관용을 지향하는 종교가 세계사적으로 보면 크고 작은 분쟁과 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비극을 넘어 차라리 희극이다.

 

다행히 한국 사회는 다양한 종교가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이고 특이한(?) 나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 전체 구조 속에서의 다른 갈등이나 대립에 비해 그 정도가 약했던 것이었을 뿐 종교간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혹은 일시적․우발적 사건으로 미봉되어 사회 문제화 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갈등과 대립은 더 이상 비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즉 ‘땅밟기’나 ‘통성’으로 대표되는 사건들은 종교 갈등과 충돌의 뚜렷한 징조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에서도 이제 종교간 갈등 구조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여 더 이상 종교간 평화지역으로 남아 있을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의 싹을 방치하거나 방조한다면 그 결과는 역사에서 보는 것처럼 공동체의 붕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도 이제 ‘어떻게 종교간 평화적 공존을 이룰 것인가?’라는 명

제의 해결을 미루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다종교, 다문화, 세계화 시대에 어떻게 성숙한 종교적 인식을 가질 것인가? 그 첫걸음은 자기 종교와 타 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를 토대로 한 상호 신뢰와 존중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고민에서 탄생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성찰과 토론, 대화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화’로 정한 이유이다.

 

2.

각자 확고한 신앙인이면서 비판적 안목과 객관성을 지닌 종교인들의 대화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주교)에 속한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이루어낸 진심어린 대화의 기록이다. 1994년 2월에 시작하여 2000년 2월까지 만 6년 동안 20차례에 걸쳐 열렸던 씨튼연구원 ‘종교인 대화 모임’의 발제문과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이 ‘모임’에는 -대화참여자들의 이력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종교에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이면서 자신의 종교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학문적 객관성도 함께 지닌 종교인들이 참여하였고, 그 결과 이들은 자기 종교 중심의 편협함에서 벗어나 서로가 종교간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

 

종교간 대화, 서로의 다름과 같음에 대한 이해와 존중

종교간 조화와 공존은 자기 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큼이나 다른 종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구한다. 무지야말로 맹신과 배타성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 사이의 동이同異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다른 종교를 존중하라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진정한 조화와 공존은 여러 종교가 ‘각자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존중을 의미한다. 각자의 다름이야말로 그 종교를 가장 그 종교답게 만드는 고유성이자 특성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고유성과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조화와 공존이 가능한 것이다. 종교간 대화는 이렇게 상대방의 다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이해했을 때, 동시에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같음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 종교들이 가지는 유사성과 차이들이 토론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대화 참여자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그야말로 대화 현장에 참여한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천적 신앙과 학문적 이론을 겸비한 내실 있는 대화

 

지금까지 종교간 대화의 시도는 많이 있었지만, 간혹 형식적인 이벤트에 그치거나 피상적이고 원론적 수준의 가벼운 만남으로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는 지나치게 현학적인 이론 중심의 논의로 이어져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담론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종교인 대화 모임’의 토론과 논의는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고 있다.

 

이 책은 진지함, 진정성, 실천성, 전문성, 헌신성을 함께 갖춘 종교인들이 나눈 토론과 대화의 결실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각자의 종교를 실천적으로 살아온 신앙인으로서의 체험과 이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성찰이 반영되어 있다.

 

이들은 말의 성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맥빠진, 그리고 뻔히 결과가 보이는 두루뭉실한 대화를 뛰어넘어 다른 종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때론 날카롭고 치열하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다. 신앙인이자 종교인이자 학자로서의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종교간 대화의 경험

 

서로 다른 종교가 만나면서 대립과 투쟁, 혹은 상호 영향과 융화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고, 반대로 종교 상호간 대화의 노력 역시 자연스런 일이다. 따라서 종교간 대화는 비단 현대에만, 그리고 서양에서만 이루어진 일은 아니다.

 

이미 인류 역사에서 여러 방식으로 종교간 대화의 노력이 있었고, 특히 우리 한국은 유교, 불교, 도교, 그리스도교 등 다양한 종교들 사이의 풍부하고 깊이 있는 대화 경험과 자료를 간직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의 전통적 시대에 이루어진 여러 종교들 사이의 만남과 대화의 경험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종교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종교간 대화의 핵심 원리를 도출해내고 있다.

 

3.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과 2장은 다른 종교인들 간의 대화가 원만히,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준비하는 장이며, 나머지 3, 4, 5장은 각 종교들 사이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문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제1장은 ‘종교인 대화 모임’을 시작하면서 참여자들이 종교간 대화에 임하는 기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진행했던 논의들이다. 즉 현대의 다종교 상황과 종교간 대화의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진행된 학계의 논의들을 점검해봄으로써 종교간 대화의 기본 입장과 관점을 정립하고 있다.

 

텍스트는 마크 하임(Mark Heim)의 󰡔Salvations; Truth and Difference in Religion󰡕으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를 시도한 책이다. 참여자들은 이 책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것들이 가지는 의의 및 문제점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제2장은 그 제목처럼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이다. 역시 종교간 대화에 앞서 서로 기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한 토론이다. 텍스트는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의 󰡔지구촌의 신앙󰡕(The Faith of Other Men)으로, 현대 주요 종교 전통들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를 통해 대화 참여자들은 현대 다종교 상황에 대해 좀더 명확히 인식하고 아울러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 있다. 그리고 종교 상호간의 이해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타인의 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가? 등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

 

1, 2장의 사전 작업에 이어 3장부터는 구체적인 종교간 대화의 장이 펼쳐지는데, 제3장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이다. 논의를 위한 텍스트로는 󰡔대승선󰡕을 택하고 있는데, 이 책은 1967년부터 76년까지 10년 동안 일본의 선사들과 그리스도교 신학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 제기되는, 두 종교의 같은 점과 다른 점들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제4장은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이다. 이는 가장 서구적인 종교와 가장 동양적인 종교 사이의 만남과 대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화 모임’에서는 두 가지 범주의 텍스트를 선택하는데, 먼저 토론토대학의 종교학 교수인 줄리아 칭(Julia Ching)의 󰡔유교와 기독교󰡕(Confucianism and Christianity, A Comparative Study)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특히 중국에 그리스도교가 전래되면서 이루어진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을 현대적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연구서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조선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신후담의 󰡔서학변(西學辨)󰡕과 안정복의 󰡔천학문답(天學問答)󰡕을 비롯한 몇 편의 사료들이 텍스트가 되는데,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를 접한 당시 유학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으며,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에 있어 어떤 문제들이 논의의 초점이 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유학자들의 비판에 서학(천주교)을 옹호하는 정하상의 󰡔상재상서(上宰相書)󰡕와 정약종의 󰡔주교요지(主敎要旨)󰡕 등은 유교와 그리스도교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제5장은 ‘유교와 불교의 대화’이다. 유교와 불교의 만남 역시 필연적으로 대립이 수반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조화와 공존적 이해도 시도되고 있는데, 이는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유교와 불교의 관계가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변화를 보이는데, 주자학의 수용이 그 분수령이다. ‘대화 모임’에서는 그런 흐름에 따라 먼저 최치원과 최승로의 유·불 사상에 대해 살펴보고, 다시 배불론(排佛論)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정도전의 󰡔불씨잡변(佛氏雜辨)󰡕, 그리고 배불론에 대한 불교 측의 응답을 대변하는 득통 기화의 󰡔현정론(顯正論)󰡕을 텍스트로 삼아 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유교에서 불교를 어떻게 인식했으며, 또 그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4장과 5장의 사료들을 통해서, 다른 종교에 대한 무지나 오해가 어떤 결론으로 이끌어지는지 그 심각성의 일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4. 대화 참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