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당신이 감히 나를 어떻게 알지요.”
복음에 등장하는 사마리아여인은 당신께 다가오는 예수께 이렇게 말을 건넨다.
우리네 삶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끼리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를 생산해내는가?
사마리아여인도 살아가면서 남의 구설수에 오르내는 등 숱한 오해를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잘 알지 못하는 예수님을 경계한다.
그러나 예수님과 대화를 해 나가면서 그녀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여인은 이원론적 세계 안에서 예수와 자신을 구분지어 말한다.
나는 당신이 속한 유대민족과는 상존하지 않는 이방민족인 사마리아사람이라는...
그러나 예수께서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길로 영과 진리를 제시하신다.
그 영의 세계란 하느님의 절대적 자비심에 신뢰를 둔 세계라 할 수 있다.
곧 그 영께 마음을 열고 ‘자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길밖에는
살아가면서 일어난 크고 작은 오해를 끊어버릴 수 있는 길이 없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영께 마음을 여는 길만이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회 문화적 틀을 부수고
보다 깊은 신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가 비록 지금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그를 절대적 자비심으로 대하는 길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고 그를 신뢰하고 보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싶다.
2017. 3. 19
작성일 : 17-04-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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