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놓기
2020. 8.10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것을 움켜쥐고 살아간다. 우리가 뭔가 내어놓을 때는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나 부득이하게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부딪쳤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게 비록 타인에 의해서일지라도 우리는 이 내어놓음으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교회헌장에서는 “교회는 세상을 위해 있다”고 선포하고 있다.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게 바로 교회의 모습이라는 의미겠다. 예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았다. 홀로 있는 시간도 늘 사람들에 둘러 쌓이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고쳐주시고 가르치시는 그분의 모습은 복음서 전체를 꿰뚫는 중심테마이다.
예수님 옆에서 제자들은 늘 곧 닥칠 내일 일을 걱정한다. 밀려오는 군중 속에서 예수께 빵5개와 물고기 2마리밖에 먹을 게 없다고 투덜대는 그들이다. 그러자 예수는 그들에게 가진 것 전부를 갖고 오라고 하신다. “빵5개 물고기 2마리”, 그렇다! 우리가 가진 것은 늘 고작 그것뿐이다. 그래서 제자들처럼 늘 가진 게 없다고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놀라운 건 제자들이 그걸 내놓자 그것들로 5000명을 먹이고도 남았다. 사실 우리 각자도 삶에서 이러한 경험이 있지 않는가?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르치는 현장에서 이런 하느님의 체험을 수없이 해왔다. 내가 지닌 지식이 보잘 것 없는 것들이지만 사람들에게 그것을 내어 놓았을 때 하느님은 그것으로 희망과 사랑과 평화를 전하신다. 그래서 비록 가진 게 없지만 기꺼이 남들 앞에 서려한다. 그것은 부족한 것이지만 내놓을 때 하느님께서 그걸 통해 당신 일을 하심을 알기 때문이다.
달란트의 비유에서 달란트 하나를 그대로 땅 속에 숨겨둔 것에 대해 예수님이 강하게 질타하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 놓지 않으면 하느님은 우리가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신다. 하느님은 당신 일을 하실 때 우리를 필요로 하신다.
우리가 가진 달란트가 적던 많던 그것을 하느님 앞에 내어 놓을 때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우리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가진 게 너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것의 양에 달려 있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웅켜 쥐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것은 내어놓는가에 달려있다. 내어 놓기만 하면 하느님이 그것을 누룩으로 삼아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듯 크게 만드신다. 우리는 늘 내놓기를 주저하고 쭈빗쭈빗하는 것은 우리의 시선이 자신이 가진 것에 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하느님이 하실 일에 두자.
처음이 어렵다. 한번 경험하면 그 다음은 내어놓는 게 조금씩 쉬워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가진 걸 내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