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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최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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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5-1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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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4.11) 이정배 교수님께서 세월호 도서전을 여신다길래 수녀님 세 분과 함께 다녀왔다.
세월호와 관련된 책 100여권을 모아 자택에서 전시회를 여셨고 세월호 유가족을 모시고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그날 가게 된 것은 세월호 유가족인 승현아빠 (이호진)씨가오신다고 해서다. 그분은 저희 수녀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은 분이기도 하다.
막내 승현이를 잃고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당시 팽목항을 방문한 저희 수녀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 승현아빠는 수녀원을 방문해 머문 경험에 힘입어 2014년 여름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그리고 다시 대전까지 약 900km 거리를
대형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도보순례를 하기로 마음 먹으셨던 것이다. 십자가 순례와 삼보일배를 통해 세월호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아들을 잃고 어찌할 수 없는 분노를 삭이며 십자가의 길을 걸은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는 그렇게 길에서 맺은 인연을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써냈다.
 분노와 슬픔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딛고 넘어설 수 있었던 그 사랑의 이야기는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게 무언지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 내가 무심코 건네는 말 한 마디가 어떤 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힘이 될수도 있겠고 그 반대가 될수 도 있음을....
 
돌아오는 길, 옷깃을 파고드는 봄바람이 차다. 사순절의 막바지다.
인류의 역사상 예수라는 한 인물이 남긴 그 울림보다 더 강렬한 게 있을까.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승현아빠가 십자가를 지며 걸어가다 만난 이들에 건넨 그 손에서 느껴오는 따뜻함,
바로 그 사랑의 힘이 우릴 오늘도 다시 살게 하는 힘을 준다.
옷깃을 여미며 돌아오는 길에 스친 한 생각이다.
 
2017.0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