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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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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을 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제리와 톰의 가족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함께 웃고 떠들며 추억이 담긴 과거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 가족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인 메리는 그저 그들의 애기를 듣기만 하더니 끝에 가선 대화의 소리는 사라지고 그것을 듣고 있던 메리의 얼굴만 클로즈업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메리는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지만 그 가족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듯 싶다. 그러한 현실을 자각하는 메리의 얼굴은 오히려 전처럼 불안하기보다 오히려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감독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생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가족은 행복하게 보이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가족 외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분짓는 울타리가 있었다. 이러한 가족과 그 안팎의 인간관계를 사계절로 유비시켜 인생을 말하려고 한다.
1.봄.
톰과 제리 부부 그리고 제리의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메리의 삶이 그들의 대화를 통해 묘사되고 있다. 톰과 제리는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이상적인 가정을 보여준다.
한편 제리 친구인 메리는 겉으로는 쾌활하지만 불안함을 지닌 여성이다. 젊은 날 유부남과의 사랑에 상처받았고 남편에게 이혼당한 후 홀로 살면서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가난한 중년의 독신 여성이다. 메리는 겉으로는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케리 부부의 삶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듯 불안한 모습이다.
2.여름.
메리는 제리의 가족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톰과 제리의 아들 변호사인 조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표현한다. 이처럼 메리는 이들의 진짜 가족이 되기를 꿈꾸지만 조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고 결국 메리는 그 집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다.
3.가을.
인생의 수확기인 가을, 조가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옴으로써 가족의 결실을 맺으려 한다. 메리는 조의 여자 친구에게 질투를 느끼고 결국 제리에게 들키고 만다. 제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메리를 경계한다. 결국 메리는 그 가족의 울타리 밖의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4.겨울.
톰과 제리의 집에 출입을 암묵적으로 금지당했던 메리가 다시 찾아온다. 가을까지만 해도 생기 있던 메리는 차도 견인당하고 불면증으로 잠을 자지 못한 체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제리 집의 문을 두드린다. 부부는 부재중이고 최근 부인을 잃은 톰의 형이 메리를 맞는다. 메리는 안타깝게도 톰의 형에게조차 자신이 그를 보살펴주겠다고 말한다. 메리가 얼마나 절실히 가족을 필요로 하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메리는 그들의 저녁식탁에 함께 앉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시선을 받지도,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행복한 톰과 제리 가족의 대화를 배경으로 카메라는 환대받지 못한 메리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이 영화는 화목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외되고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양쪽을 대비시키면서 우리의 감정을 건드린다. 우리네 삶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고 리얼리티이다. 영화의 한 대사 중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느날 톰은 난데없이 역사 이야기를 꺼낸다. “나이가 들수록 역사가 더 의미있어 지는 것 같아“라고. 이에 제리는 “우리도 역사의 일부가 될테지”라고 응수한다.
톰과 제리의 삶은 그들의 가정 구성원에 의해 하나의 역사로 자리매김해감을 암시한다. 곧 그들은 아들 조를 낳았고 삶의 중심적 서사에 부합하는 이야기들에 맞게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메리는 전통적 가족이라는 역사의 프레임에 끼일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녀의 삶은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는다. 메리도 나름대로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 있었을 텐데 영화는 그녀의 행복했던 시간을 드러내지 않는다. 메리의 시간은 이 사회에서 역사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으로 여겨져야 하는가?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