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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넘어선 ‘시스템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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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넘어선 ‘시스템 생물학’
데니스 노블 교수는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를 유전자로 보고 몸이라는 것은 결국 유전자의 전달 도구에 불과하다는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 과학적 증거를 들어 반박한다.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자체는 생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뇌에 종속되는 것도 아니고요. 생명은 단백질, 세포, 장기(臟器) 등으로 구성된 여러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입니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끊임없이 교류하는 하나의 시스템인 거죠.”
노블 교수는 자신이 쓴 ‘오래된 질문’에서 이를 책이나 파이프 오르간에 비교하고 있다.
“DNA를 알파벳 글자라고 하면 생명은 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란 것은 DNA라는 글자로 만들어진 아주 두껍고 커다란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책 안에 써 있는 글자 한 개 한 개가 책이 아닌 것처럼 유전자가 곧 ‘우리’는 아닌 거죠. 예를 들어 DNA만 끄집어내 배양액에 넣고 영양분을 준다고 생명이 탄생합니까. 절대 아니죠. DNA는 어떤 형태의 성질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우리 몸이라는 시스템 안에서만 살아 있는 거죠.”
또 파이프 오르간을 예로 들어볼까요. 인간의 유전자 숫자가 대략 3만 개인데 미국 애틀랜틱시 컨벤션홀에 3만3144개 파이프가 있는 오르간이 있어요. 여기서 연주되는 음악은 튜브나 파이프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연주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파이프들 간의 상호작용이 아니겠어요. 유전자나 DNA는 그 자체로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해요.”
유전자 하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떠오른다. 그러나 유전자는 그 자체로 이기적일 수도, 이타적일 수도 없다. DNA가 우리를 이기적이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노블 교수가 주장했듯이 이 문제는 단순히 과학계 내부 논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 만행이 저질러진 기반이 된 우생학이 어떤 유전자는 좋고 어떤 유전자는 나쁘다는 기본 전제로 해서 생겨났다는 점에서 심각한 지적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유전자는 좋다 나쁘다 하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게 아닐 뿐 아니라 이기적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시스템 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경우 자연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블 교수는 몸을 시스템으로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된다고 했다. “우리 유전자 숫자는 대략 3만 개로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면 그 유전자 사이에서는 얼마나 많은 상호작용과 교류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에 제가 직접 계산해 보았는데 무려 2 곱하기 10의 72403 제곱이에요. 이 숫자만 다 나열해 적는 데만 A4용지로 30페이지가량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에 ‘또 다른 나’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하나하나 삶은 귀중하다.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무언가 유의미한 것이 된다. 이 말은 결국 모든 것은 과정임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까지 가는 걸 길이로 말하면 대략 30cm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이걸 한 번의 행동으로 느끼지만 사실 순간 순간의 과정이죠. 하지만 대부분 이 ‘찰나’를 놓치고 살아갑니다. 이 찰나의 연속을 명료하게 보게 되면, 이 세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죠. 그러니 삶은 계속되는 과정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깨어 있을 수만 있다면, 이러한 이치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삶을 즐기세요. 삶에서 재미를 만들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