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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최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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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危機)는 한자로 위태로움이 기회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위기의 사전적 뜻은 ‘어떤 일이 그 진행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악화된 상황, 또는 파국을 맞을 만큼 위험한 고비’이다.
그러나 이것은 危機의 危에 대한 뜻풀이는 될지언정 機의 의미는 살리지 못한 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위기상황에 직면한다.
사춘기의 위기, 중년의 위기, 노년의 위기, 부부의 위기, 가정의 위기, 직장생활의 위기, 건강의 위기 등...
위기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만큼 우리는 위기 중에 살아간다.
우리는 그러한 위기의 때를 어떻게 맞이하는가? 대부분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보기보다
‘위험’의 순간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위기상황이 닥치면 걱정 불안 두려움 절망에 휩싸여 허우적대다가 지쳐 쓰러지고 만다.
그럼 어떻게 위기를 ‘위험’이 아닌 ‘기회’로 볼 수 있을까. 그건 다름 아닌 위기상황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데 있다.
대부분 우리는 이 위기상황을 피하려 하거나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위기를 피하려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걱정과 근심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고 만다.
도겐의 현성공안(現成公案)에 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배를 타고 갈 때 시선을 해안에 두게 되면 마치 해안이 움직이는 듯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을 배에 두면 배가 앞으로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우리가 위기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고, 시선을 딴 곳에 두면 우리는 그 위기상황에 함몰될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을 직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상황을 뚫고 나아갈 수 있다.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당나라 장사(長沙)스님의 계송으로 송나라 도원이 저술한 <경덕전등록>에 나온다.
이는 '100척(약 330m)이나 되는 대나무의 끝에 간신히 서 있는 사람에게 한 발 더 나아가'라는 것으로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 때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는 의미이다.
조선시대의 거상인 임상옥을 그린 드라마에도 그가 위기를 넘기는 방법을 추사에게 물었을 때
그는 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 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라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임상옥 당대에 중국상인들은 점점 커 가는 임상옥을 경계한 나머지 함께 담합해서 임상옥의 인삼을 불매하기로 동맹을 맺었다.
위기상황에 빠진 임상옥은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한다.
그러자 추사는 종이에 '百尺竿頭 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 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라 써준 것이다.
‘100척의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그리하면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 글에 깨달음을 얻는 임상옥은 얼마 후 조선에서 가져온 인삼을 모두 태웠다.
이에 놀란 중국 상인들이 불을 꺼달라고 사정했다.
이렇듯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임상옥은 인삼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었고,
그 후 조선을 대표하는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위기상황에서 백척간두 진일보한다는 것은 위기를 있는 그대로 직면해야만 가능하다.
바로 그 때 우리는 그 위기를 타고 넘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