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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한스 큉 세계윤리구상 송용민신부(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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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4-10-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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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연구원 발제문(2024.09.27)

세계윤리구상(15-54)

한스 큉의 『세계 윤리 구상』(1990년)에 나타난 시대 표징에 대한 해석

송용민


1. 한스 큉의 인물과 사상적 배경

한스 큉(1928-2021)은 스위스 태생의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로서 20세기 이후 세계사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고 시대의 표징을 개혁적 사유를 토대로 분석하고 연구한 인물이다. 그의 뛰어난 학식과 비전은 가톨릭 신학계에서 인정받아 가톨릭교회의 쇄신과 개혁을 주도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의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의 보수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갖고 개혁하는 교회를 주장하며 교황의 무류권 교황의 무류권이란, 19세기 말 근대주의의 종교비판에 맞서 가톨릭교회에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에게 맡겨진 성령의 인도, 곧 신적 보호와 사도적 계승에 대한 교리적 해석으로, 베드로좌(교황좌)에서 발표하는 교리와 윤리에 대한 공식적인 선언은 성령의 도움으로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가톨릭 교회의 교리이다.
에 대한 논박으로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갈등을 빚어 1979년 신학 교수로서의 직위는 상실하였으나, 이후 교회 일치 신학의 분야에서 일치 운동가로서 뛰어난 학술 업적을 남겼다. 그의 저서 『그리스도교. 본질과 역사』(1994)에서는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개념을 그리스도교 역사 해석의 도구로 활용하며 냉철하고도 체계적인 역사 해석과 문명 비판으로 뛰어난 신학적 업적도 남겼다. 그에 대한 학문적 평가의 상반성에도 불구하고 한스 큉은 신학계는 물론 철학계에서도 20세기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다.

2. 『세계 윤리 구상』의 배경과 저술 목적

  그의 저서 『세계윤리구상』((World Ethos, 1990년)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 간의 평화와 공존을 중심으로 새로운 윤리적 패러다임을 제시한 중요한 사상을 담고 있다. 그는 책의 머리말 서두에서 이 책의 저술 의도와 관심사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세계 윤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종교의 평화 없이는 세계의 평화도 없다. 종교의 대화 없이는 종교의 평화도 있을 수 없다.”(15쪽)
  그는 종교들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갈등을 부추겨온 역사적 비판을 통해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한 종교 간의 평화와 정치 경제적 갈등을 극복하는 세계 평화를 구상하는 보편적 윤리 원칙을 찾고자 하였다. 여기에는 모든 세계의 종교들이 공유하는 인간 존엄성이라는 보편 윤리의 기반 위에서 세계 질서와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생명 존중, 정의로운 경제 질서, 비폭력 등을 강조하며, 윤리적 연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지속 가능한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주장하였다.
  한스 큉의 이 저서는 근대 합리적 이성의 독선의 한계를 넘어 후기 근대(Post-Moderne)의 시대적 표징을 세계사적 변혁의 흐름 속에서 탁월하게 해석하고 비전을 제시하였으나 이미 저술 시기(1990년)으로부터 35년이 지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변화된 현실 세계에 대한 추가적인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가 가진 학문적 관심은 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천명한 기본 원칙, 곧 교회의 존재 이유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사목헌장 4항)라는 시대적 비전에 대해 공헌한 바가 없지 않다. 이른바 종교 일반에 대한 평가, 곧 근대의 종교 비판, 세속화된 윤리, 정치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상황과의 대결에 대한 연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자기 학문의 영역에 통섭하려는 학문적 방법론은 시대의 징표들을 더 분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현재의 절박한 도전에 대한 대안 제시하려는 ‘정위(Orientierung, 正位) 인식’에 근거한다. 이는 세계 안에 차별의 윤리, 모순의 윤리, 투쟁의 윤리를 위한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오늘의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세계 윤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자, 한 종교와 이념을 너머 모든 인류에 구속력을 행사하는 규범, 가치, 이상, 목표를 새롭게 제안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한스 큉은 갈등의 온상지였던,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인 세계 종교들의 책임, 곧 곧, 평화보다는 전쟁을 부추기는 것, 화해를 추구하는 대신 광신을 재촉하는 것, 대화를 실천하기보다는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종교들의 독특한 책임을 되새겨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1989년 2월 유네스코 주최 심포지엄에서 “종교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는 기조 강연에서 기획되어, 1990년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에서 강연 주제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왜 전지구적인 윤리 기준이 필요한가?”라는 발제에 영감을 받아 저술되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는 일치 운동 신학자로서 이 책의 제목인 『세계 윤리 구상』이 현시대 종교 상황에 대해 신학적으로 총체적 진단을 시도하며 “이미 기존하는 것이 내포하는 공통성을 보편적인 의식으로 고양시키고, 미래의 종교는 분리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공통적인 것을 더 강하게 강조해야 한다”(20쪽)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한스 큉은 이 책의 목적을 머리말에서 두 가지로 밝힌다.
1) 개별적인 종교들과 윤리 전문가들이 원천에 대한 공동 연구, 역사적 분석, 체계적 평가, 정치적, 사회적 진단을 통해 전지구적인 윤리를 위한 의식을 창조해 내는데 협력하기.
2) 사회의 모든 계층의 책임자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막중한 세계 윤리라는 주제를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모든 힘을 기울여 헌신하기

제1부 세계 윤리 없이 생존 없다

제1장 근대로부터 후기 근대에로

한스 큉은 지구적 윤리가 필요한 이유를 근대주의 패러다임이 남긴 시대의 표징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곧 군비 증강, 기아의 급증, 식물종의 멸종, 국가의 인권 유린과 정치적 억압, 국가 외채의 급증, 원시림의 파괴 등의 현실은 오늘날 많은 미래학자들이 공감하는 시대의 표징들이다. 가령 현대의 문명비판가인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문명 사회의 위기를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의 위협, 기후 위기, 자원의 고갈, 불평등의 현실을 꼽는데, 이러한 시대의 위기들을 한스 큉은 단순한 사건이 아닌 장기적으로 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진행 과정의 산물들이라고 평가한다.

1. 징후 변화의 시작
한스 큉은 근대로부터 후기 근대로의 전환점을 제1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1918년으로 본다. 이를 ‘후기 근대’(Post-Moderne)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오해와 혼란의 개념이지만 근대와 구별해주는 인식의 기준을 마련해주는 ‘탐색-개념’으로 본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후기 근대의 총체적인 위상을 지향하는 생산적이고 전진적인 변화의 징후들은 근대 세계의 붕괴로 전지구적이고 획기적인 돌변의 세계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징후로 꼽는 것은, 1) 탈유럽화를 통한 다중심 사회로 전환, 2) 근대 과학의 기술이 새로운 전쟁의 대량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위협, 3) 무장 해제와 군비 축소, 평화 실현을 향한 평화 운동의 발단, 4) 환경 파괴의 위협 등의 문명 비판, 5) 여성 참정권과 직업 선택의 평등권 확대를 통한 여성 운동, 6) 세계교회협의회 창립(1984),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최(1962-65) 등의 일치 운동의 확산이다.
  제1차 세계대전 종식과 함께 기대했던 이러한 세계사적 변혁의 흐름은 안타깝게도 파국적인 발전의 결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1) 파시즘과 국가사회주의의 국수적인 운동의 발흥은 평화로운 세계 질서의 진행을 방해하며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대학살로 인한 유럽의 황폐화를 초래했고, 2) 일본 군국주의에 따른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식민지화는 1945년 핵폭탄 투하로 인한 공멸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으며, 3) 마르크스 사상에 기반을 둔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은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1917년)으로 인한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시작을 알리며 공산당 전체주의 독재로 인한 폭력정치, 탈법정치, 집단테러는 물론 근대 전체주의 국가와 강제 수용소의 등장과 공산당 위계질서로 인한 빈곤과 노예화의 결과를 초래했다.

2. 미래가 없는 구호들
  이러한 징후 변화의 시작은 시대의 변혁을 가로막는 다음 세 가지 사상적 흐름과 마주하였다.
1) 국가사회주의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위협은 약자를 위한 도움, 억압받는 자를 위한 사회정의, 연대성과 자유의 상실을 초래하였으나, 소련 공산주의 정부의 붕괴(1989년)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폭력과 군사적인 권력 정치의 파국은 중국의 천안문 사태와 같은 민중봉기의 진압과 군대와 비밀경찰, 이념의 고착화, 전제적인 통제와 관료주의를 고착화하였다. 그러나 자유로운 학문, 기술, 민주주의. 자성의 자유, 정치적 다원주의, 창조적인 주도권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2) 미국 월가의 신자본주의의 등장은 소련 공산주의 붕괴 이후 서방 세계의 윤리적 위기의 표징이 되어 이른바 “의미, 가치, 규범의 진공상태”를 초래하였다고 본다. 이미 1976년 에리히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탐욕이 양적 소유 욕망의 결과임을 밝힌 것처럼 신자본주의는 “부자가 되어라, 빚내고 쓰고 즐겨라”는 표어 속에서 전통의 파괴, 포괄적인 삶의 의미의 파괴, 절대적인 윤리 척도의 파괴, 새로운 목표에 대한 결여, 심리적인 상처들을 남겼다. 미국 중심의 신자본주의의 폐악은 “경제적 위기와 고용불안, 시장의 자기 조정력의 상실, 이기주의에 의한 정치, 탐욕, 증권 거래소의 도박 심리, 소수의 가진 자의 현혹적인 소비, 미국의 특권측에 대한 특혜”(36쪽) 등의 도덕성과 전문성의 위기를 낳았고, 이는 미국의 무의미한 전쟁 준비, 우주 탐사 계획, 공공 교육, 사회복지, 환경 보존 분야에서의 국가 재정의 적자 등을 일으키며 현대의 젊은이들의 좌절, 불안, 약물 중독, 알콜 중독, 에이즈와 범죄의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