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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으로부터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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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17-07-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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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으로부터의 질서(2017 7.23)

                                                                                                                                                                                 최 현 민

 

오늘 열린 연단 강좌 ‘프리고진, 복잡계의 이해’에 다녀왔다. 생태문제를 연구하면서 복잡계에 관심을 가져오던 터라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 1917~2003)의 사상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1977년 비선형 비평형 화학반응에 관한 것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비선형 비평형’이라는 표현은 종래 과학에서 연구되어온 닫힌 계인 평형 선형구조로부터 열린 계의 관점에서 자연을 이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프리고진은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화학반응계에서는 요동의 증폭으로 인해 계가 불안정해지고 어떤 분기점에서 새로운 질서인 산일구조가 생성됨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냈다. 그리고 이를 ‘혼돈으로부터의 질서(Order Out of Chaos)’라 명명했다.

프리고진 이전에는 주로 계(시스템)의 안정적 ‘있음’(being)의 상태를 연구해왔는데 그는 불안정적 ‘됨’(becoming)의 과정에 대해 탐구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됨’의 과정을 자연의 복잡계 현상이라 보았다.

이런 복잡계에서는 미시적 요동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요동이 증폭되어 불안정한 특성이 나타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출입이 가능한 ‘열린 계’에서는 증폭되는 요동의 결과로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주위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오히려 엔트로피를 무산(霧散)시켜 거시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구조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비평형과 비가역적 상태를 통해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이 발견한 이러한 자연의 질서는 뉴턴의 고전 역학과 양자물리학 이론을 뒤엎어 버렸다. 고전 역학에서는 자연을 결정론적이며 분석적이고 기계론적이며 무엇보다 가역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곧 자연을 닫힌 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이에 반해 프리고진은 열린 계로서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자연이 지닌 새로운 질서를 발견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연구가 과학의 역사에 던지는 특별한 의미는 다름 아닌 ‘시간의 재발견’이다.

그는 비평형 열역학에서 ‘됨’ 또는 ‘생성’을 연구했는데 여기서 됨의 과정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방향성을 전제한다. 우리 일상에서는 시간이 ‘비가역적 속성을 지녔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일련의 삶의 과정이 어찌 가역적 일수 잇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턴의 역학에서부터 아인쉬타인에 이르기까지 과학계에서는 시간과 무관한 법칙들이 강조해왔다” 뉴턴의 역학에서 시간과 관계없이 “일단 어떤 계의 특별한 상태가 측정되면, 고전과학의 가역적 법칙들이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해왔다. 곧 “변화하는 현상의 뒤에는 영원한 진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과학은 나타난 그대로의 세계를 넘어서 지고한 합리성의 ‘영원한’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봄으로써 시간을 환상으로 치부했다. 다시 말해 양자역학에서조차도 “확률은 드러나지만 비가역성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뉴턴과 아인쉬타인의 시간과 무관한 가역성의 주장이 프리고진에 와서 무너졌다. 프리고진이 이룬 공헌은 과학계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전환을 가져왔다.

그간 자연을 닫힌 계로 보았고 시간과 무관한 차원에서 자연을 연구해온 과학계는 이제 열린 계에서 자연을 봄으로써 자연과 시간의 관계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비가역성과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회복해 가는 자연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신비를 다시금 느낀다. 그러나 다른 한편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회복해온 자연계를 이제 인간이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자연으로 만들어가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현대 생태위기를 바라보며 느끼게 이는 나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