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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슬립(winter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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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슬립(winter sleep)
윈터슬립이라는 제목의 터키 영화를 보다.
주인공 아이딘은 카파토키아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50대 종도의 인물이다. 그는 물려받은 유산이 많은 부자에다가 전직 배우이었고 현재 작가로 활동하는 상당히 교양있는 지식인으로 나온다. 그러나 어느 한 사건을 통해 그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자기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그건 바로 한 세입자의 아들이 그가 탄 차에 느닷없이 날아든 돌팔매질에 차 창문이 산산히 금이 가버린 사건이다. 그러나 사실 구멍이 나고 균열이 생긴 것은 창문만이 아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그의 내면에도 금이 가서 속내가 드러나게 됨을 부서진 창문을 통해 암시적으로 말해주는 듯 하다. 결국 그는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내면을 직면해야만 했다. 우리 역시 우연히 다른 이가 자신에게 던진 말이나 행동이 계기가 되어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되곤 하지 않는가? 어쨌건 영화에서 주인공은 무료하게 흘러가던 일상에 던져진 돌 하나로 자신의 내면과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 사건으로 드러난 것은 그가 세입자에게 돈을 독촉하는 일을 자신의 관리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것과 무관한 양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관리인은 집세를 못내자 중간에 사람을 보내서 집을 비우라고 종용하는가 하면 TV나 집안의 잡기를 가져가는 등 세입자의 곤궁한 삶을 모르는 체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세입자의 동생이 그를 찾아왔지만 그는 그 사건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에서 가식과 능숙한 자기합리화로 자신의 거짓을 덮어버린 체 살아온 그의 삶이 정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그의 위선은 그의 아내와 여동생을 통해 정나라하게 드러나지만 결국 영화가 진행되면서 아이딘은 곧 나 자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말로는 양심과 도덕 윤리를 운운하지만 그의 행동은 비겁하고 위선적인 아이딘에게서 나는 나자신을 본다.
영화는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보인다. 그건 아이딘을 위선자라고 비난했던 그의 아내와 여동생 역시 아이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의 아내 니할은 결국 그가 제공한 풍요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했고, 여동생 역시 이혼 후 고독과 권태를 못 견디며 오빠와의 논쟁을 통해 자기를 합리화하고자 신랄한 독설을 퍼붓는 모습에서 결국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니할은 남편의 위선을 경멸하면서 자선사업을 벌리지만 결국 그녀 자신도 자기 위선의 덫에 빠져 살아감이 드러난다. 그녀는 자선을 베풀기 위해 세입자를 찾아갔다. 아마 그녀는 이 행동을 통해 자신의 자선과 남편의 위선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세입자 이스마일은 니힐이 갖고 온 벽난로 속에 던져버림으로써 자존심을 지키려했다. 이를 본 니힐은 경악할 만큼 충격을 받고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결국 그녀도 남편처럼 위선과 기만으로 쌓아올린 자신의 성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림을 목격한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두 부부는 자신들이 얼마나 위선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되돌아본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마음에 얼어붙은 위선의 얼음을 녹이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려 한다. 올겨울 나는 누가 던진 돌멩이로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