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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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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0-09-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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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환각


 


오늘(2020 9월17일) 경향신문 25면에 “대한민국이라는 키메라”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그 내용 중 공감되는 부분을 정리해본다.


“지금의 우리는 선악이분법과 진영논리와 확증편향에 따라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살아가고 있다. 권위 있는 거인도 거의 멸종한 상태이고 남은 이들은 침묵하고 있다. ..몇 기사를 살펴보지만 누가 옳은지 뚜렷이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비전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까... 가면 갈수록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역설적으로 더 멀어지는 게 오늘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서로를 더 오해하고, 더 미워하고 증오는 갈수록 더 깊어져만 간다...정작 중요한 의제를 고민할 여력은 쉴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사들 속에서 결국 다 소진되어 버리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잊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은 뛰어난 나라라는 것과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교차로 일어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울하다. 이렇게 청아한 가을날씨에 여행이라도 떠났으면 좋으련만 코로나로 인해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요즘이다. 작가 조승연이 보들레드의 시 ‘여행’을 읽다가 다음 구절에 꽂혔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미지의 끝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샤를 보들레르의 ‘여행’의 끝대목이다. 양분화된 세계관에서 자유로워진 자의 독백인 듯 싶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천국을 갈망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보다 더 나은 삶의 터전...


그러나 그 기준이 남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는 이상 천국은 없다.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스스로 천국을 만들어가고자 길을 떠나는 이의 독백....


불교에서는 세상을 천국과 지옥을 양분화하는 것을 존재의 환각이라고 부른다. 천국도 지옥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부산물일 뿐인데 그걸 실재하는 양 생각하고 살아가니 환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마음이 지어낸 천국과 지옥이라는 환각에서 벗어나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천국과 지옥이라는 실체성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가 접하게 될 세상은 어떤 곳일까? 세속과 열반은 다르지 않다는 불교가 말하는 그 세계에 눈뜨일 때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