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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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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6-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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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내 안에 있다
                                                                                                                                                                        최 현 민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인 유영국의 작품들이 〈산이 내 안에 있다〉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어 다녀왔다. 산이라는 제목으로 남겨진 그의 작품들은 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몇 개의 선, 몇 개의 면, 몇 가지 색만으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러한 절제된 표현은 마치 동양 선불교의 화두를 만난 듯한 인상을 풍겼다.
작가는 산과 하늘 그리고 태양을 초록색과 파란색 붉은 색으로 강렬하게 표현된 작품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산은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유영국의 평생 작업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고들 말한다. “인간은 자연과 어떻게 하나가 되는가? 그렇다면 그에게 산은 어떤 보이는 객체라기보다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고향과도 같은, 아니 인간 안에 이미 내재된 고향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산을 보는 게 아니라 산이 나를 울리고 그 울림이 색과 형태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산 속에 존재하고, 산 또한 인간의 내면 속에 살아 있다고 본 것이지 싶다.
이런 관점에서 "산이 내 안에 있다"라는 표현은 인간 존재와 자연이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의 예술철학을 함축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산은 인간의 내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의 리듬이며 생명의 울림임을....
  그에게 산은 인간 정신의 자유와 초월성을 상징하는 존재론적 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산이 내 안에 있다"는 말은 결국 "자연의 생명이 내 안에서 울리고 있다"는 일종의 존재론적 선언인 것이다. 이제 그의 산은 내게 이런 물음으로 다가온다. "당신은 무엇을 중심으로 살아가는가?“
 유영국의 말년 작품은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 남는 응축된 존재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삶의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다 지나간 뒤에 남는 그 무엇, 그러기에 그의 그림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곧 유영국의 산은 내 밖에 있는 풍경이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중심이며, 내 존재의 가장 깊은 자리이며, 자연과 하나 되어 있는 본래의 나이며, 나를 넘어서는 더 큰 생명으로 향하는 길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산이 내 안에 있다"는 말은 "내 안에는 이미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생명의 깊이, 그리고 초월을 향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선언이 아닌가 싶다.
유영국의 말년의 산은 긴장감보다는 평화와 조화를 느끼게 한다. 젊은 시절 작품이 산의 역동성과 힘을 보여준다면, 말년의 산은 산과 하나 된 상태를 보여준다. 자신 안에 자신의 중심과 조화를 이룬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유영국의 그림 앞에 선 나는 대상으로서의 산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 느낌이다. 붉고 푸른 산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작품 앞에  선 나에게 작가는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당신 안에도 이런 힘이 있지 않은가?" "당신 안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지 않은가?"
유영국은 산의 침묵을 빌려 "당신 존재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라"고 초대하고 있다. 산은 밖에 있는 풍경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생명과 중심, 그리고 자연과의 근원적 연결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