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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지닌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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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지닌 매력
며칠 전 ‘타종교인으로서 불교에 호감을 갖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써 달라는 원고청탁을 받았다. 기자는 ‘호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것은 내가 불교에 대해 지닌 감정에 비하면 훨씬 강도가 약한 용어이다. 호감이란 관찰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면서 ‘왠지 모르지만 좋게 여기는 감정’ 정도의 강도를 담은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내자신이 불교를 단순히 관찰자의 처지에 서서 호감을 갖고 바라보는 정도를 넘어 참여자의 입장에 서서 불교를 배우고 있다고 본다. 물론 나는 학문적으로 불교를 공부하는 불교학도이지만, 불교학도이기 전에 수도자로서 수행전통을 지닌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내가 불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자 마음먹었던 것도 단순히 학문적 접근을 통해 불교를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보다는 수도자로 살아가는 나 자신의 삶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쪽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수행의 전통을 중심으로 한 불교는 수도자로서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되묻게 만드는 또 하나의 화두로 다가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불교가 내게 주는 매력이다. 안주하지 않고 大疑團을 품고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묻고 또 묻는 수행자들이 있는 불교는 그래서 내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일본 유학시절 나고야에 있는 愛知尼僧堂에서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참선수행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때의 체험은 지금도 내게 아주 소중하게 남아 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저녁 9시까지, 식사와 좌선 사이의 중간 휴식 15분씩을 제외하고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있었던 체험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앉아있음’에 익숙해져 갔다. 몸의 앉음이 서서히 마음의 앉음으로, 더 나아가 내 전존재를 거기 앉아 있도록 해주었다. 나의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고 거기 그 자리에 앉아있게 해 준 것이다. 아마 함께 좌선했던 비구니 스님들의 모습이 나로 하여금 법당에 그토록 오랫동안 앉아 있게 만든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를 衆力修行 大衆威神力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나 내가 거기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어찌 스님들과의 인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겠는가? 시공을 넘어 내 의식세계를 스쳐갔건 그렇지 않았건, 내 삶에서 만났던 모든 존재들 간의 인연의 맥이 있었으므로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와같이 불교는 석존으로부터 이어온 좌선수행 전통을 통해 우리 자신의 존재의 심연을 드려다볼 수 있도록 그 길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를 존재의 진리로 초대하고 있다고 본다. 세상풍파에 시달려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방향감각을 잃은 채 떠밀려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석존께서 가르치신 좌선수행은 자신의 존재성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한다.
나는 이러한 수행의 길이야말로 불교가 참종교로서 그 맥을 이어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교적 진리가 나로 하여금 불교를 단순히 내 밖의 타종교가 아니라 내 삶의 일부로 초대하여 그 세계에 깊이 심취하게 만든 이유이며 불교를 공부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혼탁한 사회에서 종교가 해야 할 일은 그 혼탁함이 남에게서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바로 나자신에게서부터 나온 것임을 자각케 하는 일이라고 본다. 이를 자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고요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일일 것이다. 현대인들이 불교의 禪수행에 관심을 갖고 선방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혼탁한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금 정화해 보려는 내적 갈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불교가 이러한 현대인들의 갈망에 부응하여 더욱 많은 이들이 그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참선수행의 기회를 제공해주기를 희망해 본다.
또한 진흙 속에서 피어오른 수련처럼 釋尊으로부터 諸祖들로 正傳되어온 兀兀地와 같은 端坐冥想의 전통, 그 佛法을 면면히 이어가는 참 불제자들이 늘어나서 혼탁한 이 세상을 정화시키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종교로 거듭 나기를 부처님 오신 날에 기원해 본다.

